TV 다큐에서 제주도에 몇 달 머무르는 삶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보는 순간 이거다 싶었다. 나의 육아휴직 기간에 에너지 넘치는 내 두 아이들을 데리고 제주도 자연에서의 삶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오빠... 나 휴직해있는 이 기회에 애들 데리고 제주도 한 달 정도 머무르다 와도 될까?"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냐며 애들에게 너무 좋겠다...
좋은 숙소는 미리 알아봐야 한다... 등등 나의 질문에... 적극적인 동조와 호응으로 답해줬다. 남편의 적극적인 협조로 일사천리급으로 숙박 등을 알아본 후 제주 한 달 살기 길을 떠났다. 한 달 중 보름은 시어머니와 함께 머무르고, 또 남은 반달은 친정엄마와 함께 머물렀다.
내게 결혼 이후 이렇게 긴 시간을 친정엄마와 함께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큰 기쁨이었다. 결혼을 한 이후로 친정엄마의 빨래를 널어보는 경험을 잊고 있다가, 이곳에서 친정엄마의 속옷을 갤 때 난 눈시울이 갑자기 뜨거워졌다. 빨래를 개다 말고 눈물을 훔치다가, 이런 귀한 시간을 마련해 준 남편이 연신 떠오르며 갑자기 너무 고마운 마음까지 겹쳤다.
정확히는 제주 32일 살기 중 18일 차.
아침부터 숙소로 내 이름을 부르며 누군가로부터 꽃배달이 왔다. 남편이 보낸 선물이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은 날짜 감각을 잊고 있었는데, 남편과 7주년 결혼기념일이다. 붉은 장미가 만개한 꽃다발을 건네받는데, 친정엄마와 나는 한동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나는 엄마 앞에서 남편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보여 줄 수 있음에 너무 행복했고,
엄마는 딸이 사위에게 사랑받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음에 너무 행복해하셨다.
남편은 어떤 식으로 해야 여자가 더 행복한지를 꿰뚫고 있는 것 같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여행길에 가족 모두 내려가던 날.
회사 출근 때문에 중간에 집으로 먼저 와야 하는 남편이 너무 고맙고도 미안해서 혼자 집에 오면 보고 잠시나마 웃으라고 이렇게 써 놓고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