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4, 6, 8이 아닌 2, 4, 6, 9.

가족이 짝수로 늘다가 갑자기 홀수가 되었다.

by 박언서

요 며칠 사이에 손주가 세 명 태어났다.

주변에서 말하기를 축하와 기쁨이 쏟아졌다고 한다. 어쩜 그렇게 한꺼번에 좋은 일이 생겼냐며 축하를 해준다. 내가 나를 평가하자면 입이 귀에 걸린 표정이고 손주들 사진을 보면 혼자 흐뭇한 미소가 절로 나오는 손주 바보 할아버지다. 어느 누가 바보라고 해도 전혀 기분이 나쁘지 않다.

지난 10월 23일에 작은 며느리가 아기를 출산했다.

그리고 이번 11월 3일에 큰 며느리도 쌍둥이를 출산했다. 이란성쌍둥이라 손자와 손녀의 차이는 1분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먼저 출산한 작은 며느리나 며칠 후에 출산한 큰며느리 모두 건강하고 전화 통화 목소리가 씩씩해서 안심이다.

결혼식도 작은 아이가 먼저 했다.

두 아이 모두 혼기가 차있었는데 큰아이가 사정이 있어 혼인을 미루고 있던 차에 작은 아이가 먼저 해도 되냐는 말에 아무나 먼저 해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작은 아이가 먼저 혼인을 하고 8개월 뒤에 큰 아이도 혼인을 했다. 그리고 금년 2월 말경에 작은 아이 내외가 집으로 찾아와 작은 상자를 내미는 것이다.

리본이 달린 작은 종이 상자를 주며 열어보라고 한다.

아무 생각 없이 열어 보니 초음파 사진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아이를 갖고 병원에서 출력한 초음파 시진을 종이 상자에 담아 아빠 엄마에게 선물을 한 것이다. 내 평생 이렇게 소중하고 큰 선물은 처음이라 어찌나 감동했는지 갑자기 말 문이 막혀버렸다. 세상에! 아이들이 혼인을 했지만 2세 문제에 관한 내가 어찔할 수 없는 영역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찾아온 손주 소식에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 기쁜 큰아이에게도 소식을 전했다.

그런데 큰아이가 여운을 남기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다음 주에 병원에 다녀오면 확실할 것 같다며 슬며시 언질을 한다. 아니 어찌 이런 일일까 싶기도 하고 내면에서 나오는 기쁨의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그렇게 3월 초가 되었다.

인천에 사는 큰아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기쁜 소식이다. 그것도 두 배의 기쁨이라며 쌍둥이고 이란성이란다. 그 말에 우리 부부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우선 축하해 주기 위해 큰며느리와 통화를 했다. 두 아이가 성장해 사회생활도 무난하게 하고 혼인까지 힘들이지 않고 했는데 손주까지 안겨주는 기쁨을 주다니 정말 두 며느리에게 고맙고 감사할 수밖에 없었다.

작은 며느리는 자연분만을 고집한다.

본인이 임신 초기부터 자연분만을 하겠다고 하고 큰 며느리는 쌍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수술을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출산 예정일이 다가오니 기대와 함께 걱정도 된다. 나는 아내와 함께 손주를 출산하기 전에 두 며느리를 차례로 만나 맛있는 저녁을 사주고 위로를 해주었다.

10월 23일 11월 3일 11일 차이로 인구가 3명 늘었다.

우리 식구가 아니 대한민국 인구가 세명 늘어난 것이다. 그동안은 가까운 지인들이 손주 봤냐는 물음에 어정 정한 대답으로 일관했었다. 그런데 이제 자신 있게 대답을 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하루하루 사진 보는 재미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온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

산모가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는 며느리도 손주도 볼 수 없다고 한다. 하루빨리 보고 싶어도 규정이 그렇다니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지만 많이 서운하다. 물론 손주의 건강을 위한 규정이기 때문에 지켜야 한다고 하지만 보고 싶은 마음은 감출 수 없다.

이번 주 금요일에 작은 며느리가 퇴원해서 집으로 온다.

내가 혼인을 하고 아내와 둘에서 아이 둘을 낳고 넷이 되어 아이가 혼인을 하니 여섯이 되었다. 그리고 손주가 세상에 나왔으니 갑자기 아홉이 되니 기대 이상으로 기쁨을 가져다준 것이다. 2, 4, 6, 8 짝수의 논리가 갑자기 9라는 홀 수가 되었다.

오늘도 새로운 사진을 기대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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