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바빠졌다.

며느리와 손주를 위한 할머니의 일상

by 박언서

아내의 일상이 바뀌었다.

엊그제부터 작은 며느리가 걱정이 되는지 매일 작은 아들 집으로 간다. 지난 금요일(7일)에 작은 며느리가 산후조리원을 퇴원해 집으로 왔다. 가까이에 살고 있는 작은 아들이 첫 아이다 보니 아내는 손주가 밤에 잠은 잘 잤는지 걱정이 많다. 아무래도 산후조리원에 있다 집으로 오면 환경이 변하여 손주나 며느리가 잠도 못 자고 어려울 것 같아 낮에는 손주도 봐주고 며느리도 쉬게 할 겸해서 작은 아들집으로 내려간다.

그러다 보니 저녁은 혼밥이다.

아내는 지난달까지 알바를 다니다 끝났다. 마침 작은 며느리가 출산하고 산후조리원을 퇴원한 시기가 맞아서 오전에는 집안일을 하고 오후가 되면 작은 아이집에 가는 것이다. 이런 일들은 할머니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혼자서 아이를 보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 자진해서 하는 일이다.

물론 순주가 보고 싶기도 한 모양이다.

아내는 손주를 봐주러 가면 저녁에 씻기고 하다 보면 밤 9시경에나 집에 온다. 그래서 요즘 나는 혼자서 밥을 먹는 날이 잦아졌다. 평소에도 혼자서 차려먹곤 했지만 뭔가 허전하고 쓸쓸한 기분이 든다. 손주가 생기면서 아내를 빼앗 낀 것 같은 느낌이라 할까? 그런데 아내는 손주를 보고 집에 오면 싱글벙글이다.

가까이에 살아서 다행이다.

큰아들은 인천에 살지만 작은 아들은 나와 같은 지역에 살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 손주를 자주 볼 수 있어 좋기도 하고 힘들 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마음이 놓인다. 작은 며느리는 육아도우미를 신뢰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지원을 받지 않는다. 육아도우미의 잘못된 일들은 방송이나 언론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가 되어 아무것도 모르는 신생아를 맞낄 수 없다는 불신의 골이 깊다. 아마 우리 며느리뿐만 아니라 MZ세대 산모들이 공통적으로 걱정하고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할 것이다.

물론 육아도우미 전체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미 여러 가지 정황이나 실제 피해를 경험한 엄마들의 생생한 증언을 봤다면 가족이 아닌 사람에게 아이를 맞끼고 싶은 엄마들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 한 사람이 우리 작은 며느리며 부모의 자식 사랑은 누구나 다를 바 없다.

옛말에 “애 봐준 공은 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아내는 공을 따지기 전에 친손주이자 피붙이고 며느리가 힘들다는 것을 뻔이 알고 있는데 나 몰라라 할 수 없어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고 있다. 더구나 멀리에 살아도 가서 도와줘야 할 판에 가까운데 살고 있는데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하고 있다. 또한 아내는 힘은 들지만 손주를 매일 볼 수 있어 좋은 모양이다.

역시 내리사랑을 몸소 보여주는 할머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를 볼 때 할머니라 놀리지만 그렇게 듣기 싫은 눈치는 아니다. 당연하게 할머니가 되었지만 늙었다는 표현인데도 그냥 웃어넘기고 만다. 세월이 이만큼 지나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기억이 희미해질 때쯤 손주가 태어나니 정말 하루하루가 새롭다.

아내는 오늘도 작은며느리 산후조리에 좋은 반찬을 준비하며 늦은 시간까지 분주하다. 아마 하루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손주를 보며 행복한 에너지가 충전되나 보다. 나는 오늘도 혼밥을 했지만 아내가 찍어 온 손주 사진을 보며 하루의 피곤함을 날려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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