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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나들이

기차

by 박언서

오랜만에 서울을 갔다.

하필 서울가는 날에 날씨도 추워지고 폭설이 내려 여러가지 불편한 점이 많은 주말이다.

초등학교 친구들이 모이는 날인데 몇 명이나 올지 모르지만 시골에 사는 친구와 둘이서 예매한 기차를 타러 역에 갔는데 사람들이 북적인다. 추위에 모두 움추리고 있지만 표정은 밝다. 두툼한 점버와 목도리 그리고 모자를 쓴 사람들 마다 추위에 대비하고 기차를 기다린다. 역에서는 기차가 5분 가량 지연된다는 방송이 나온다. 아마 눈이 많이 와서 그런 모양이다. 그렇게 기차를 타고 자리를 찾아 번호를 확인하고 앉았다. 창밖을 보니 기차가 눈보라를 일으키며 빠르게 달린다. 정말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서울을 간다.

서울이 가까워 질수록 눈이 많이 없다. 하지만 저녁이 될 수록 밖에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영등포에 도착 예정 시간 보다 6분 늦게 도착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영등포에서 내리는 것 같다. 역을 빠져나가 길을 건너야 하는데 어찌나 많은지 사람에 밀려서 간다. 걸어가며 전화하는 사람들은 장소를 묻는 통화를 한다. 아마 영등포역 주변은 연말 동창회의 성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길을 건너는 사람과 건너려 기다리는사람들이 뒤엉켜 발디딜 틈도 없다. 사람들 틈에서도 목적지를 찾으려 간판을 확인하고 두리번 거리기 바쁘다. 다행이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식당에 들어서니 태이블이 꽉 차있다. 일행을 확인하고 앉았지만 추위가 녹지 않았다. 내 뒤에도 사람들이 계속 들어온다. 예약을 하지 못한 사람들은 기다리고 서 있다. 정신없이 식사를 마치고 커피를 먹이려 했지만 그 또한 자리가 없다. 간신히 빈자리를 찾아 주문을 하고 먹는둥마는둥 자리에서 일어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내가 내려갈 기차 막차 시간이 다가오니 아쉬워서 한 잔 더하자는 친구의 성화에 바쁘게 맥주를 한 잔 하고 역으로 왔다. 술집에서 나오니 어찌나 추운지 모자를 써도 바람이 들어온다. 역 매점에서 따뜻한 음료를 한 병씩사고 기차를 탔다. 올라올 때와 마찬가지로 내려가는 사람도 많다. 피곤해서 눈을 좀 붙이려는데 추위에 떨어서 그런지 목이 칼칼하도 기침이 나온다. 서울 감기를 가지고 내려가는 것 같다. 약 3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술 몇 잔하기에 왕복 4시간을 투자하고 내려가는 기차 창밖 멀리 보이는 교회 십자가와 반짝이는 트리를 보며 연말임을 실감한다.

매년 반복되는 연말이지만 바쁘지 않은 날이 없었다.

그렇게 시골에 도착하니 11시가 다 되었다.

친구들에게 잘 내려왔다고 톡을 보내고 서울 감기로 기침을 하며 골아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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