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올해 어디를 갔었나
오늘이 21일이니까, 2021년도 딱 열흘 남았다. 시간이 참 빨리도 간다고 그렇게 느낀 지 이미 오래되었지만 올해도 끝에 다다른 것을 보니 벌써 여기인가 싶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여기저기 참 많이 다녔다. 성격상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가보지 않은 곳을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는데 작년 코시국이 되면서 발이 꽁꽁 묶였었는데 올해는 참아왔던 것이 폭발했다고 해야 하나. 이러다가는 코로나 때문이 아니라 답답해서 죽겠다 싶어 무작정 끊었던 제주행 티켓을 시작으로 틈만 나면 어디든 다녔던 것 같다.
5월의 제주 여행은 오랜만의 혼자 여행이었다. 혼자 여행이래 봤자 고작 두 번이지만, 그래도 오랜만이어서 조금 긴장되었던 것도 사실. 짧은 2박 3일간의 일정이었지만 제약 없는 자유가 이런 거지, 하면서 맘껏 신났던 시간들. 다녀오면 그동안의 답답함이 좀 해갈되겠지라고 예상했던 것과 달리 계속 어딘가를 찾고, 가고 그랬다.
엄마 모시고 당일치기 남양주 여행. 얼마든지 더 다닐 수 있을 것 같은데 물의 정원 들른 것만으로 힘들어하셔서 마음이 짠했다. 날이 더워 그랬다며 카페서 아아 마시고 이제 괜찮다 하셔서 한 군데 더 들른 곳이 다산 생태공원. 늦게 들러 아쉬웠던 곳. 날 좋을 때 좋은 사람들과 피크닉 오고 싶을 만큼 좋았다. (피크닉 오기에는 좀 멀지만)
영흥도는 올해 두 번이나 갔다. 한 번은 교회 제자와 함께, 한 번은 추석에 부모님과 고모 모시고. 서해에도 이렇게 바다 같은 바다가 있구나 했던.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갔다가 굉장히 좋았어서 다시 갔다는. 처음 갔던 날은 날이 흐려서 하필.. 이랬는데 오후에는 완전히 개어서 이렇게 사진이 잘 나왔다. 돌아오는 길 드라이브도 참 좋았다.
여기는 인스타 피드 보다가 누가 올린 사진을 봤는데 좋아 보여서 '나도 가볼까?' 하고 갔던 곳. 여기도 기대했던 것보다 더 좋았던 곳. 초여름에 갔었는데 계절별로 다 가보 싶은 곳이다.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여기서 살면 참 좋겠다 싶을 정도로 좋았던 곳.
9월에 1박 2일로 한 번 더 다녀온 제주. 올해 두 번의 여행으로 웬만한 제주 해변은 다 가본 듯하다. 이번엔 여행 메이트가 있어서 '맛 기행' 콘셉트로 다녔는데 이것도 나름 좋았다.
한양대는 개인적으로 가보고 싶은 이유가 있어서, 서촌은 벅스에서 소이가 시티팝과 함께 서촌을 소개해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고 따라서, 석촌호수도 예전부터 가보고 싶었는데 친구 만난 김에 같이, 가까운 행주산성도 드라이브 삼아 즉흥적으로, 가까운 곳에 좋은 산책길 김포 장릉, 대한항공 점보스 원정 응원 따라온 수원서 경기 전 수원화성 구경.
정리하면서 보는데 정말 많이도 다녔구나. 가을에 아프지 않았다면 아마 더 다녔겠지.
처음 밟는 땅, 그곳을 눈으로 담으며 정보를 내 안에 차곡차곡 쌓아가며 영감을 얻는 일이 내겐 너무나 큰 기쁨이다. 내 카메라 앨범 중에 하트를 눌러 놓은 사진들인데 올해 나의 갤럭시가 정말 열일했다. 사진의 매력을 알게 된 것도 올해의 수확.
내년에도 나는 또 어딘가를 다니겠지. 매일 출근길 운전하면서 나는 사람들이 어딜 그렇게 가나 자주 생각한다.
"나는 일하러 가는데, 지금은 보통의 출근시간도 아닌데 말이죠. 당신들은 지금 어디를 가세요?"
사람은 본질적으로 '가는 존재'이다.
인생의 끝을 향해 가고, 먹고살기 위해 가고, 친구를 만나기 위해, 연인과 함께 하기 위해 간다.
하루를 마감하고 쉬기 위해 가고, 꿈을 이루기 위해 간다.
내가 한 곳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져도 흐르는 시간 안에서 우리는 가고 있다.
내년은 올해보다 좀 더 '잘 가는', '충실히 가는', '열심히 가는', '즐겁게 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