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마세나 광장
남편과 혜진 아빠는 이탈리아로 가는 기차표를 예매하러 갔고 아침에 혼자 거리로 나가봤다.
니스에서 4박을 하니 여유롭게 같은 거리를 여러 번 걸으며 익숙해져가는 것 같았다. 마세나 광장에는 단체관광객들도 눈에 많이 띄고 출근하는 사람들과 트램도 보였다.
2. 햇살에 따라 변하는 아침 바다-니스
이른 아침의 바다색은 연했다. 물 번짐이 많은 수채화처럼 은은한 색으로 펼쳐진 하늘과 바다. 옅은 푸른 빛 안에는 햇살을 품은 연분홍빛도 스며있었다. 다섯 명의 젊은 여자들이 수영복 차림으로 바다에 뛰어들었다. 한명이 앞서가더니 나머지 사람들을 이끌면서 수중에서 운동을 시작했다. 자연과 하나 되어 체력단련을 하는 모습들이 좋아보였다.
해가 떠오르는 쪽을 바라보았다. 환하게 떠오르는 태양주위로 형성된 무지갯빛 타원형 테두리는 특별했다. 구름은 주황빛이 감돌았고 밀려오는 파도는 선명한 푸른빛을 드러냈다. 바다를 바라보며 요가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 아침공기가 차가운지 긴팔 옷을 입고 해를 등지고 앉은 사람도 있었다. 사람들은 각자의 방법으로 니스의 아침 바다와 함께 하고 있었다.
햇살이 고루 퍼지니 하늘과 바다는 산뜻한 블루 느낌의 분위기가 전개되었다. 하루를 사람의 생애로 따지자면 오전의 바다는 청소년 시기처럼 풋풋한 것 같았다.
해가 더 높이 떠오르자 바다는 빛났다. 밀려와서 부숴 지는 파도도 반짝임으로 가득했다. 니스에서 바다색의 표현을 찾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바다위의 반짝이는 햇살의 표현도 마찬가지로 어려웠다. 사전 상에 나오는 ‘윤슬’이나 물비늘 같은 단어로는 한계가 있었다.
정지용시인의 시 ‘갑판 우’에서 인상적인 표현을 본 적이 있다.
‘나이직 한 하늘은 백금 빛으로 빛나고
물결은 유리판처럼 부숴 지며 끓어오른다’
햇살이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또 한편 떠오르는 것은 ‘토털 이클립스’(완전한 일식)라는 영화다. 1995년 개봉한 영화로 시인 베를렌느와 랭보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었다. 베를렌느는 19세기 상징주의의 선구자였고 랭보는 전통에 반항한 천재시인이었다. 영화는 16세 미소년 랭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산을 앞둔 부인과 처갓집에서 살고 있는 베를렌느(데이빗 듈리스)를 찾아 파리로 오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실화를 근거로 한 내용이어서 그 시절 프랑스의 문화를 다소 알 수 있었다.
랭보(1854~1891)는 열여섯 살에서 열아홉 살까지 시를 쓰고 스무 살 부터 문학을 등졌다고 한다. 서른일곱 살의 나이로 사망하기까지 태양을 사랑했던 시인 랭보. 암으로 다리를 절단한 후에도 태양빛이 가득한 아프리카로 가기위해 배편을 궁리하다 프랑스 남단 ‘마르세유’에서 숨졌다. 랭보의 ‘지옥에서의 한철’의 한 구절에 ‘영원’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되찾았어!
무엇을?- 영원을
그것은 태양과 뒤섞인 바다
(1872년 5월)
‘영원’과 ‘태양과 함께 가는 바다’의 연관성. 어렵지만 반짝이는 바다를 보며 자꾸 떠올리게 되는 표현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볼 때마다 새로운 니스 바다를 눈에 담았다.
3. 올리브 비누
전날 갔던 살레야 광장시장을 다시 가봤다. 10유로에 올리브 비누를 7개 샀었는데 가성비가 좋은 것 같아 더 사고 싶었다. 비누가 포장이 안 되어 있거나 여러 개를 포장한 경우가 많았다. 한군데 젊은 아가씨들이 파는 곳은 한 개당 비닐로 포장돼있어 좋았다. 신경을 좀 더 쓰면 고객만족도가 높을 텐데 싶었다. 시장에 도착하니 상인들이 천막을 치고 진열대를 설치하고 있었다. 내가 찾던 매장은 안 보여서 여러 번 왔다 갔다 했다. 아가씨들이 뒤늦게 가판대를 설치하고 있었는데 웃으며 맞이해 주었다. 짐이 늘어나는 건 부담스럽지만 선물용으로 적당할 것 같아서 비누 7개를 10유로 주고 또 구입했다.
남프랑스 사람들은 표정이 환하고 친절했다. 전 날에 남편이 슈퍼마켓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후 못 챙기고 다음날 아침 카드가 없는 걸 알게 되었다. 혹시 있을 까 싶어 가서 물어보니 계산했던 아가씨가 잘 보관했다가 미소와 함께 돌려주었다. 다행이었고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