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파리행 비행기에서 본 알프스
밀라노에서 아침부터 서둘러서 파리 행 비행기를 탔다.
파리 오를리 공항까지 와서 숙소로 오니 오후 네 시가 되었다. 비행기 타는 시간은 짧아도 수속을 거쳐야 하니 전체 시간이 많이 걸렸다. 고속철도를 타는 게 더 나았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다보았던 눈 덮인 알프스 산을 생각하면 비행기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행기 아래로 구름밭이 보이다가 조금 다른 느낌의 풍경이 나타났다. 구름 같기도 한데 아니었다. 날렵한 산봉우리 사이마다 덮인 하얀 눈들은 푸른 산과 조화를 이루며 서늘하고 장대하게 펼쳐져 있었다. 비행기 위에서 알프스 산을 만나서 수속하느라 지연됐던 시간들이 아깝지 않았다.
2. 파리 지하철과 에펠탑
파리 지하철은 엄청 많은 노선이 있고 무지 복잡했다. 오래 되서 낡고 지저분했다. 차량 내 간격도 좁아서 배낭도 신경 쓰이고 긴장됐다. 지하철 티켓은 기계에서 낱개 또는 몇 개 씩 구입해서 사용했다. 서울지하철이 여러모로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행은 다 함께 오후 7시쯤에 에펠탑 쪽으로 갔다. 정각에 탑의 불이 반짝 반짝 켜지며 들어왔다.
3. 세느 강 유람선에서 바라본 파리
일행은 유람선을 타기 위해 다함께 걸어서 세느 강변 쪽으로 갔다. 날씨는 파리 공항에 도착했을 때 비가 온 흔적이 있고 흐렸었다. 여전히 흐린 상태였지만 세느 강변의 노을은 운치가 있었다.
유람선을 타고 세느 강을 따라 가며 건물 이름이 적혀진 설명지를 보면서 주변을 바라봤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많이 와서인지 한글로 된 안내서가 있어서 편했다. 들리고 싶은 오르세 미술관도 보였다. 예전에 인상 깊게 봤던 영화 '퐁네프의 연인들'이 떠오르는 퐁네프 다리도 보여서 반가웠다.
유람선을 타고 가는 코스는 영화 ‘비포 선셋’에서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친숙하게 다가왔다.
에단 호크가 주인공이었던 풋풋했던 영화 ‘비포 선라이즈’후속편이었던 영화는 두 남녀가 파리에서 재회하는 내용이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났던 미국 남자 제시와 프랑스 여자 셀리느는 다시 만나기로 했지만 약속은 어긋났었다. 그들의 짧은 만남을 소재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남자가 파리로 온다. ‘세익스피어 앤 컴퍼니’ 서점에서 출간설명회를 하는 제시를 찾아온 셀리느. 9년 만에 그들은 파리를 걷고 유람선을 타며 끝없이 대화를 이어나간다. 밋밋한 듯 하면서도 잔잔하게 감정을 이입시켜주던 영화. 그들은 시간의 흐름과 인연을 생각했을 것이다. 두 주인공이 타고 갔던 코스를 따라 유람선에서 세느 강 주변을 바라보며 파리를 천천히 느꼈다.
25년 전에 초등학생 딸과 왔던 파리를 밤에 배를 타고 둘러보니 내 자신의 시간과 관련된 이런 저런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