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라는 터널을 지나며
아이를 낳기 전에는 육아도 직장생활도 잘하는 쿨하고 멋진 워킹맘을 꿈꿨어요. (아이를 낳아서 키워보니 그건 불가능에 가깝다는 걸 뒤늦게 알았지만요) 일을 그만두다는 건 계획에 없었죠.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직업을 포기한다는 게 내키지 않았어요. '일=나' 를 오롯이 증명해줄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제 삶의 방향성을 내포하고 있으니까요.
인생은 제 뜻대로 흘러가지 않더군요. 선택의 순간에서 우리 부부는 논의 끝에 제가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어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경력단절 여성이 된 거죠.
그 뒤로 제 마음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이 많았어요. 사회로 다시 나갈 수 있을지 불안감이 저를 자주 괴롭혔어요. 설상가상으로 순한 줄 알았던 아기가 돌이 지나고, 고집이 생기면서 육아 난이도가 올라갔어요. 울고불고 떼쓰는 아이를 보다가 도망치고 싶기도 했어요.
한편으론 육아에 지친 제 모습이 한심했어요. 아이한테 항상 웃고, 화내지 않는 인지한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현실은 참고 참다가 욱하는 엄마였거든요. 어쩌다 아이한테 소리 지르면, 그날 밤엔 죄책감 때문에 울다가 잠을 못 잤어요. 이런 나날이 반복되는 걸 멈추고 싶었어요.
육아라는 동굴에 갇히는 기분이었는데, 다행히 터널이었나 봐요. 어둡고 캄캄한 시간을 지나 아이와 함께 편안하게 지낼 수 있는 날이 오더라고요. 터널에서 나와 빛을 만나는 과정을 웹툰으로 그렸습니다.
이력서에는 공백기로 남을 지난 5년간의 시간. 육아는 경력이 될 수 없지만, 엄마가 되고 어느 때보다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많이 배웠어요. 육아로 지치신 분들께 작은 공감과 위로가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