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 하우스 블렌딩 티
느지막이 일어난 주말 아침, 터덜터덜 창문 앞으로 걸어가 블라인드 커튼을 올리고 삼분의 일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다. 오늘의 날씨는 어떤지 하늘의 색과 바닥 표면의 상태를 확인하며 괜스레 화창한 날을 고대해 본다. 최근에 꽤나 잦은 비가 내렸었기에..
침대 위, 흐트러진 이불을 가볍게 털어내고 자로 잰 듯 반듯하진 않더라도 머문 자리를 말끔하게 정리하고선 욕실로 향한다.
내 몸과 하나인 듯 왼팔에 늘 감겨있는 검정 머리끈으로 질끈 머리를 올리고, 가벼운 고양이 세수와 함께 자극이 적은 가글로 입안을 여러 번 헹궈낸다. 그러고선 딱히 운동을 하거나 식단 조절을 하는 것도 아니면서 공복 상태로 체중계에 올라 소수점 단위의 숫자를 확인한다.
'그럼 그렇지.'
..?
도대체 난 무엇을 확인하고 싶었던 걸까.
전날 냉장고에서 미리 꺼내 둔 미지근한 물 한 잔을 들이키며 하루를 시작한다. 해당 차는 호박과 팥이 어우러진 티백 두 개를 2리터 물병에 우려내 매일 아침 마시곤 하는데, 호박차 특유의 구수한 단맛이 너무 기분 좋다.
이렇듯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수년째 익숙한 패턴으로 나의 주말 아침을 열고 있다.
오늘은 카자흐스탄 하우스 블렌딩 티를 꺼냈다. 허브차 기반의 깔끔한 차 한잔을 마시고 싶어 개완과 숙우 그리고 하얀 잔을 꺼내 차를 우릴 준비를 한다.
80도 정도의 뜨거운 물로 개완을 스윽 닦아내고 허브차를 스르르 넣는 것이 머릿속 순서였는데, 아직 잠이 덜 깼는지 생각 없이 텅 빈 개완에 허브차를 탈탈 넣어 온기 없는 향을 즐겼다. 보통은 개완 속, 온열의 기운이 찻잎의 풍미를 가득 느끼도록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지만, 오늘은 생략이다.
첫 물은 세차 용도로만 가볍게 적신 뒤, 퇴수구에 버려 두 번의 우림부터 본격적으로 차의 맛을 음미한다.
처음 마셔보는 카자흐스탄 하우스 블렌딩 티의 향은 어찌나 산뜻하던지. 노오란 수색처럼 맑고 청아한 맛이 묵은 피로를 가시게 한다.
이십 대 초반이었나? 우연히 서촌 어느 카페에서 두툼한 식빵 위에 땅콩버터와 블루베리 잼을 곁들인 토스트를 먹고 나서부터 지독하게 피넛 버터를 사랑하게 됐다.
첨가물 없이 100% 땅콩이 들어간 피넛 버터는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이 풍부하여 LDL 콜레스테롤을 낮춰주고 혈관 및 심장에 도움을 준다고 하여 건강에도 이롭지만, 특유 고소하고 꾸덕한 식감이 아주 매력적이다.
나는 주로 사과에 곁들여 먹거나 저지방 요거트 볼에 각종 과일을 함께 넣어 먹는 편이다.
향기로운 허브차 향이 공간을 메운다면, 따뜻한 차 한 모금은 나의 속을 감싸 안는다. 카페인 없이 시작하는 주말은 그저 아무 걱정 없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온기로만 가득 채워지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