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5일
스톡홀름 기온 낮 22도, 밤 9도,
올해 유난히 8월 날씨가 좋지 않았다는 스톡홀름은
8월 내내 장마인가 싶을 정도로 비가 오는 날이 많았다.
보통은 7월에 휴가를 다녀오면 8월은 스톡홀름의 날씨가 매우 지내기 좋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는 5,6월에 쨍하기만 하고 비 한번 오지 않던 날들과는 상당히 다른 8월 여름이었다.
8월에 20도 언저리의 날씨와 밤이면 12도까지 떨어져
따뜻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
겨울이 벌써 오는 건가라며 엄습해 오던 막연한 두려움은
9월 초 운전하다 앞에 보이는 나뭇가지 끝에 단풍이 드는 걸 보고 기겁하며
내 눈앞에 펼쳐진 저 풍경이
이제 너에겐 겨울만 남았다라고 선고하는 것만 같았다. (이 무슨 사형선고받은 죄수처럼,,ㅎㅎ)
그러더니 오늘 아침에 아이들을 등교시키고 오는 길엔
땅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노오란 은행잎을 보고 말았다.
차창문을 열었더니 무수한 초록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스스스슥 스스스스슥 촤하
이건 나뭇잎이 수분을 잃어가고 있는 소리야.
저 나뭇잎들이 결국엔 낙엽이 되겠구나 라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물론 과학적으로 맞는 사실인지 전혀 알 수 없다.
8월에 더워 죽겠다던 친구들은
이제 좀 살만하다고 하는데
8월에 시원하다 못해 밤엔 으슬하네라고 생각하던 나는
9월에 겨울을 걱정하고 있다.
가을이 있긴 있겠지만 매우 짧을 거 같단 생각을 하며
이제 해가 짧아지는 건 시간문제라는데
어느날 갑자기 4시에도 깜깜한 날을 마주하게 되겠지.
그동안 백야에도 무뎌지고
그러다 이제서야
밤엔 창문에 암막커튼을 치지 않아도
낮과 밤의 정도가 비슷하게 되었구나 생각했는데
아직은 푸르기만 한 나뭇잎들을 보면서
그 끝에 몇몇 매달린 단풍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나를 보며
긴 겨울을 즐겁게 보내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싶다. (뜨개질 같은 건 정말 못하는데,,ㅎㅎ)
결국 계절을 결정하는 건 시기가 아니라 기온에 따른건가?
8월은 여름이라는 게 어디든 맞아떨어지는 건 아니구나.
다른 나라에 살아본 적이 있어야 말이지.
이제 4개월만 지나면 스웨덴에서의 1년을 채우게 되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