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유산, 두려운 출혈

임신 20주 이내에 일어나는 질출혈

by chacha

1차 피검에서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낮다고 하여 유산방지주사라는 타이유 주사를 처방받았다. 그렇게 나는 문지방이 닳도록 매일 병원에 갔다. 그나마 다행히 주사가 효과적이었는지 2차 피검도 1400대로 통과했다.


며칠 뒤, 다시 방문한 병원에서 초음파로 임신을 확인했다. 전에 유산판정을 받았을 때와는 다른 크기의 누가 봐도 아기집이었다.


의사 선생님은 “축하드려요. 임신입니다. 크기도 4주 6일에 딱 맞는 크기예요.”라고 말했다.

나는 울컥하며 “감사합니다. 모두 선생님 덕분이에요.”라고 말했고 머릿속에는 고생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갈색깔의 피는 여전히 조금 나고 있었지만 선생님은 크기에 맞게 잘 자라주면 괜찮다며 다음 진료를 잡았다.


임신 확인증을 받고 3일 뒤, 갑자기 선홍빛의 피가 비쳤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피를 보자마자 이렇게 또다시 유산을 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때 남편이 병원에 가보는 게 좋겠다고 해서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오늘따라 유독 더딘 시간 때문인지 오랜 기다림 끝에 진료실로 들어갔다. 초음파를 보기 위해 옷을 갈아입는데 피가 뚝뚝 바닥으로 떨어졌다. “선생님 피가 많이 나요. ㅠ” 걱정 가득한 얼굴로 선생님에게 말했다.


“임신 중에 어떤 이벤트가 있어도 상관없어요. 아기만 주수에 맞게 자란다면. 그리고 지금 자궁은 피를 머금은 스펀지 같아서 종종 피가 날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은 피가 많이 나니 휴식이 필요한 것 같네요. 오늘은 수액을 맞고 귀가하시고 일주일 동안 누워 계세요.”


그리고 피가 다시 나서 걱정이 되면 언제든 내원하라는 말을 듣고 조금 안심이 되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도 피가 왈칵 나면 불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누워있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나는 아직 5주 차였고 안정기라는 12주는 남의 이야기 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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