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5주 차부터 시작된 얼굴 열감과 발진은 항히스타민 주사에 잠시 주춤하는가 싶더니 7주 차가 되자 이제는 눈두덩이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담당 선생님도 너무 심해진 얼굴과 이미 지쳐버린 표정에 타이유 주사를 이틀에 한 번꼴로 바꿔주었고 약한 스테로이드 제제를 처방해 주었지만 이제 태반이 생기는 시점이라 선생님조차도 조심스러워 보였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거 같아요. 시기상 주사를 끊을 수 없는데... 혹시 큰 병원의 알레르기 내과에서 진료를 받아보시겠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산병원의 알레르기 내과를 예약했다. 대형병원이라 그런지 일주일을 꼬박 기다려야 했지만 혹시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있었다.
진료실에 들어가니 인상이 좋아보이는 남자 선생님이 나의 차트를 열심히 보고 계셨다.
“아토피를 가지고 있어서 그게 심해진 것 같네요. 프로게스테론이 많이 나오는 생리 전후로 아토피가 심해졌을 거예요. 하지만 타이유 주사가 고용량이라서 그게 더 심해졌을 거고요.”
“주사 성분에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니었군요. 그럼 어떤 약을 쓰면 좋을까요?”라고 되물었다.
“임신했다고 스테로이드를 너무 겁내지 마세요. 피부가 가라앉을 때까지 연고를 바르고 비염이 있다면 눈도 간지러웠을 텐데 나잘스프레이랑 2세대 항히스타민을 매일 쓰세요.”
뒤에서 서있는 남편이 “나잘스프레이는 산부인과에서 쓰지 말라고 했는데 써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나잘스프레이는 마이크로단위로 흡수되고 아예 이걸 한통을 다 마신다 해도 99% 간에서 없어집니다. 그리고 내 환자 중 임신부가 있는데 먹는 항히스타민제를 4배까지 늘려 쓰고 있어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엄마가 피부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스트레스받으면 더 안 좋아요.”
배아를 이식하기 일주일 전부터 나잘스프레이와 온갖 스테로이드를 끊고 지금까지 ‘엄마니까 참아야 돼.’라는 신념으로 버텨왔었다. 저녁마다 심해지는 가려움 속에 손을 붕대로 감고 잤고, 시뻘게진 눈을 가라앉히기 위해 차가운 인공눈물을 쉬지 않고 넣었다.
그럼에도 나아지지 않는 내 상태에 거울을 볼 때마다 좌절을 했었다. 하지만 오늘, 자신을 믿으라며 당당하게 말하는 의사 선생님을 만나고 나는 다시 희망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