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임신 초기

by chacha

난임 병원 졸업 후 로컬 산부인과에서 1차 기형아검사를 받았다. 초진이라 무려 2시간 반동안 대기를 했지만 난임 병원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남편과 수다를 떨며 시간을 보냈다. 특히 초음파 사진을 맘 놓고 펴볼 수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난임 병원 담당 선생님이 로컬 산부인과 선생님에게 얘기를 해놓은 덕분에 이것저것 묻지 않아도 내가 어떤 상황인지 잘 알고 계셨고 다행히 아기도 주수대로 자라고 있었다.


이틀 뒤, 산부인과에서 전화가 왔는데 내가 전화를 받질 않아 4번이나 부재중 전화가 와있었다.


덜컥 겁이 났다.


“엄마가 갑상선 항진증이 있어요. 저하증보다는 항진증이 임신 중에는 낫긴 하지만 빠른 시일 내로 내과에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라며 연계된 병원을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


왠지 너무 피곤하더라니...

그렇게 부랴부랴 내과에 예약을 하고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임신으로 인한 갑상선 항진증으로 판명되었고 두 달 뒤에 재 검사를 하기로 했다.


태아는 스스로 갑상선 호르몬을 만들 수 없어 엄마가 아기 몫까지 호르몬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임신을 하니 신경 쓸게 한 둘이 아니었다.


특히 병원을 여러 군데 다니다 보니 이번 달에만 세 번이나 키와 몸무게를 쟀다. 심하지 않은 입덧이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가도 하루하루 늘어가는 몸무게는 여간 신경이 쓰였다. 조금만 빈속이면 느글거렸고 피자, 떡볶이가 당겨서 먹으면 곧바로 체했다. 도대체 내 위장은 어쩌라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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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주 차가 되고 아산병원 예약일이 다가왔다. 여전히 이 병원은 사람들로 붐볐고 대기시간은 길었다. 그리고 어두운 초음파실에서 담당 교수님을 처음 만났다. 그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안정기’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잘 크고 있어요. 이제 하고 싶은 거 다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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