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병원 졸업

해도 되는 거죠?

by chacha

선생님은 9주 차인 나에게 아직도 피고임은 심해보인 다고 했다. 그렇게 또다시 유산방지 주사가 처방되었다.


“그래도 다음 주면 졸업해도 되겠어요.”

(*졸업: 난임 치료를 마쳤다. 는 뜻의 은어)


“네. 알겠습니다.”

이날을 기다렸지만 막상 다음 주가 졸업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복잡했다. ‘전 아직 선생님이 필요해요.’라고 말하고 싶었다.


“일반 분만병원보다 아산병원 산부인과를 다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000, 000 선생님 중 가장 빨리 예약되는 곳으로요.”


‘아산병원이라니..’

나는 병원을 나와 곧바로 아산병원에 전화를 했고 가장 빠른 예약일을 받아냈다. 하지만 진료일은 한 달이나 뒤었다. 예약도 진료도 어려운 곳에 다니게 되다니...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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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뒤, 난임병원 마지막 방문일이 되었다. 진료가 가까워질수록 남편에게 “좀 걱정된다..”라고 속삭였다.


이름이 호명되고 남편도 같이 진료실에 들어갔다. 걱정과는 달리 피고임은 전보다 줄었고 아기도 잘 크고 있다고 했다. ‘괜찮다.’는 선생님의 한마디로 걱정이 눈 녹듯 없어졌다.


그리고 아산병원 예약 일정을 공유했더니 아산과 연계된 분만병원에도 얘기해 둘 테니 두 병원을 같이 다니라고 했다.


이 얘기를 들으니 정말 마지막인 것 같아 울컥했다.


“배아가 5개나 남아있으니 출산하고 6개월 뒤쯤? 생리 두세 번 하고 오세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둘째 때 뵐게요! “


선생님의 ‘둘째’ 이야기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네 선생님. 둘째 때 뵐게요!”라고 웃으며 진료실을 나왔다. 옆에 있던 남편도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봤다.


“둘째는 생각도 없다더니, 대답은 시원하게 하대?”


“몰라. 그냥 대답이 나왔어.ㅋㅋ 졸업이라니 아쉽다~“


졸업하는 이 날을 얼마나 손꼽아 기다렸던가. 지난 1년간의 진료 기록을 보니 울고 웃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긴 터널도 끝이 났다. 아직 저 앞에 많은 터널이 나를 기다리고 있겠지만.


난임은 분명히 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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