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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비어 Jun 28. 2022

늦깎이 대학생의 유학자금 1

유학일기 #6

대부분 유학생들의 고민인 유학자금. 

유학자금은 아무리 철저히 계획해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비용이 생기기 마련이다. 유학을 위해선 매달 필수비용을 지급받을 수 있는 채널이 있어야 하고, 버퍼가 되는 금액도 충분히 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유학은 미리 충분한 돈을 통장에 묶어두거나, 그냥 부모님 지원을 받으며 공부를 빨리 마치는 것이 베스트라고 생각한다. 혹시 장학금 재단에서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약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금을 충당하겠다는건 정말 힘든 일이다. 돈걱정 없이 공부만 해도 쉽지 않은 게 유학인데 자금 때문에 스트레스가 있다면 강철 멘탈이 아닌 이상 스트레스의 나날을 보내다 번아웃이 올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독일의 경우 비유럽권 유학생이 일을 하기 위해선 보통 풀타임 120일, 파트타임 240일만 일할 수 있는 규정이 있고 월 450유로 이상 벌게 되는 경우, 세금을 내야 하기 때문에 알아봐야 할 것 들도 많아진다. 또 이 경우 노동청과 회사가 따로 해야 하는 행정처리도 있어서 사장 입장으로는 그냥 맘 편히 독일어권 유럽 사람들을 고용하는게 편하다. 물론 이미 사장과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가 있다면 수고로워도 충분히 고용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특수직종이 아닌 이상 잡을 주긴 어려운 것 같다. 



나도 유학을 가겠다고 마음먹고 주위에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많은 받았던 질문이 '생활비는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나의 경우 물론 이전 직장에서 최대한 모아갔지만 그것으론 몇 년 버틸 수 없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모아둔 돈을 다 쓰고 부모님께 지원을 받을 형편도 아니었다. 이건 나의 경우였고 추천하지도 않는 그냥 일기로 봐주면 좋을 것 같다.


나는 어학공부 2년간은 모아 뒀던 돈을 썼다. 그래도 2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은 충분히 모아 왔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고 그 후 파울라너에서 실습 땐 회사에서 받은 월급이 있었다. 그리고 파울라너 실습이 끝날 때 즈음, 학업에 들어가기전 지인 한 명과 함께 구매대행 사업을 하게 되었다. 한국에 등록된 사업이었고 약 2년가량 공부와 병행 후 지금은 폐업신고까지 잘 마무리한 상태이다. 과거 베를린에서 어학공부를 하던 시절 건너건너 알게된 한국분이 구매대행업을 하고 있었고, 그때 구매대행에 대해 알게 되었다. 따로 구매대행 사업에 대해 조언을 듣지는 못했지만 생각해보니 내 입장에서 괜찮은 일 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초기 비용이 거의 들지 않고 내가 세금, 수수료 등의 계산을 실수만 하지 않으면 리스크 자체는 적은 일이었다. 그리고 내 일이니 시간관리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고 희망사항이지만 벌이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구매대행이란, 한국의 고객이 유럽의 물건을 사고 싶은데 유럽까지 올 수 없으니 여기 살고 있는 내가 대신 구매해서 보내는 개념이다. 내가 매장에서 여러 물건들의 사진을 찍어서 인터넷 사이트에 올리고 원하는 구매자가 나타나면 나에게 사달라고 요청을 한다. 그럼 내가 해당 물건을 매장에서 한번 더 확인하고 비용을 송금받는다. 그 후 물건을 구매해서 한국으로 보내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물건들을 사입해서 창고에 두고 파는 방식은 병행수입이고 법적으로 일이 훨씬 복잡해진다.)


내가 이 일을 하며 가장 중요시 생각했던 점은,

1. 공부에 방해가 되면 안 된다. 그러므로 내가 정하는 시간만 일을 할 것이다.

2. 세금은 제대로 납부해서 추후 생기는 문제가 없게 하자. 그리고 법적인 문제도 없게 하자.

3. 공부와 일을 함께하게 되니 멘탈관리 잘하자.

이 정도였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1,2번은 나름 잘 지켰던 것 같지만 3번은 완벽히 지키지 못했다.



일 관련해서는 크게 네 가지 정도를 준비했는데 세금, 판매처, 구매처 그리고 배송 관련이었다.

우선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세금 관련 이슈가 없게 하기 위해 관세와 부가세 관련한 공부를 많이 했어야 했고 관련 세무사무소들도 컨택해야 했다. 그리고 판매로는 네이버 스마트팜과 같이 개인적인 공간이 아닌 이미 유명한 구매대행 사이트에 판매자로 들어가는게 낫다고 생각했다. 사실 구매대행에는 유명한 사이트가 몇 개 있는데, 거기 입점을 못하면 사업을 할 생각도 없었다. 나에겐 사실 학업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고객층이 이미 확보되어있는 사이트에 들어가는게 중요했다. 다행히 일이 잘 풀려 모 사이트에 입점을 하고 매달 일정 수수료를 내며 구매대행을 시작했다. 그리고 구매처, 독일에 유명한 아웃렛들이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뮌헨에서 차량으로 약 한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에 있었다. 그쪽 아웃렛을 본진 삼아 다니며 구매를 할 생각이었다. 마지막으로 배송 관련하여 프랑크푸르트에 수많은 배송업체들 중 그나마 괜찮은 곳을 찾아서 일을 했다. 업무 자체가 배송업체와 많은 컨택을 했는데, 포장은 내가 직접 하고 배송업체에 보내면 물건을 한국으로 배송해주는 시스템이었다.



이 모든 준비를 양조장에서 일하는 와중에 병행했다. 준비과정은 미리 틈틈이 했기에 크게 힘든 건 없었지만 구매대행 사이트와 계약일 때문에 양조장 일이 끝나기 2개월 전부터 구매대행을 시작하게 됐다. 2개월은 양조장 퇴근을 하면 바로 아웃렛에 가서 일을 했다. 당시엔 밥 먹을 시간도 없었기에 배는 고프고 힘도 드는데 초반이니 장사도 잘 안돼서 신경이 날카로웠던 나날을 보냈다.

양조장 퇴근하고 매일 편도 1시간은 달렸던 아우토반 A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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