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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비어 Jul 21. 2022

독일에서 시작된 두 번째 공대 생활 1

유학일기 #8

독일에는 대학교(Universität) 산하의 양조학과가 두 군데 있다. 베를린 공대와 뮌헨 공대이다. 나는 뮌헨공대에서 공부를 시작하게 됐다. 첫 두 학기 동안 알아서 양조장에서 일을 하고 증명서를 제출했어야 했고, 3학기부터 실제 공부의 시작이었다. 이 방식은 양조 공부 이해에 더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좋았다. 파울라너에서 일 년간의 일이 끝난 후 유학자금을 위한 개인적인 일과 함께 공부 학기가 시작되었다.


오리엔테이션 날 처음으로 우리 과 동기들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한 십 년 만인가,, 학기가 시작되고 다들 어리바리한 모습들.

하지만 금세 나도 적응하고 같이 어리바리하게 정신을 못 차렸다.

학과 시스템도 계속 바뀌고, 어떤 과목은 들어야 하고 어떤 과목은 우리 학년부터 안 들어도 되기에 정신 잘 차리고 수강을 했어야 했다. 게다가 첫 학기에 이수를 하지 않으면 절대 안 되는 과목들도 있었기에 다들 서로 크로스 체크하며 적응을 해나갔다.



사라지는 친구들

독일 대학교에서 학기가 시작하고 1년이 끝나면 옆에 있던 친구들 절반이 사라진다. 위에 잠깐 언급한 첫 학기에 무조건 이수를 해야 하는 과목들 때문인데 이는 GOP(Grundlagen- und Orientierungsprüfung)라는 이름의 악명 높은 시스템이다. GOP는 기초과목 시험이라 할 수 있는데, 학과마다 GOP로 지정된 과목의 시험은 재시험까지 총 2회만 응시 가능하다. 재시험에서 합격을 하지 못하면 바로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다.


해외대학교에 입학은 쉬워도 졸업이 어렵다는 말은 첫 학기부터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우리 과의 일반물리학은 첫 시험에 절반 정도 떨어지는데 첫 시험에서 떨어진 절반의 학생들이 다음 학기에 한 번 더 시험을 쳐서 또 떨어지면 우리 학교에서 더 이상 공부를 할 수 없다고 판단되어 퇴학 수순을 밟게 된다. 게다가 모든 시험이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라서 열심히 공부를 해야 했다.


처음엔 이렇게 쉽게 퇴학을 당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잔인하게 느껴졌고 왜 기회마저 박탈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봤을 때, 나 같은 유학생이야 학교를 나가면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니 큰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큰일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학교에서 퇴학당한다고 실패자로 낙인찍는 사회구조 자체가 아니니 퇴학이라는 것에 속이 좀 쓰릴지라도 하늘이 무너질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냥 이 대학교와 안 맞을 뿐 다른 길을 찾아봐도 되고, 어떤 식으로 동일한 분야에서 일을 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이 없으니 어쩌면 이러한 시스템이 무조건 나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보태자면 보이지 않는 사회계층도 우리 동아시아지역보다 훨씬 덜 하다고 생각되기에 대학교에 대한 맹목적인 추종이 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이수했던 과목의 인증

우선 첫 학기는 모든 공대가 같겠지만 일반물리, 일반화학, 수학 등의 기본 과목들을 배우는 학기였다. 난 이미 한국에서 전자과를 나왔기에 공대 첫 학기에 배우는 일반과목들은 먼 과거 이미 한번 이수했었기에 자신이 있긴 했지만 시간적으로는 좀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수업을 듣던 와중 Anerkennung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내가 이미 이수했던 과목에 대해 인정받으면 바로 학점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나와 같이 전에 다른 대학교를 졸업했거나, 편입을 했거나, 학교를 옮겼더라도 이수를 제대로 하고 그 당시 성적을 받았다는 증명만 할 수 있으면 인증이 가능했다.


물론 인증을 받기 위해선 해당 과목에 교수님들과 직접 만나서 사인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과목의 내용을 물어볼지 그냥 확인만 해주고 넘어갈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배워야 할 과목을 줄이면 다음 학기 과목을 미리 당겨 들을 수 있으니 안되더라도 부딪혀 봤다.

먼저 나의 한국학교의 졸업 증명과 성적, 한국에서 이수했던 과목들의 수강편람들을 어찌어찌 겨우 찾아서 뽑아 갔다. 어떤 교수님은 해당 내역을 확인만 하고 사인해준 반면 다른 교수님은 따로 불러서 어떤 공부를 했는지의 대화 후에 사인을 해줬다.


결론적으로 나는 일반물리학, 일반화학, 공학 수학, 통계의 4과목을 인증받을 수 있었다. 한 학기에 보통 최소 6과목 정도를 들어야 하니 거의 한 학기의 주요 과목들을 통과하게 된 것이다. 좀 더 찾아봤으면 겹치는 과목이 더 있긴 했으나 당시에는 시스템상 첫 두 학기 정도만 확인 후 인증받게 되었다.

여하튼 나는 행복하게도 앞서 말한 무시무시한 GOP 과목 중 2과목은 바로 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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