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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차비어 Aug 09. 2022

독일에서 시작된 두 번째 공대 생활 2

유학일기 #9

한국의 대부분의 지인들은 내가 독일에서 맥주를 공부한다고 하면 맥주 만드는 방법, 레시피 등을 배우는 요리학교에서 공부한다고 오해한다.

내가 공부하는 뮌헨공대는 일반적인 공대이고 양조학과에서도 레시피나 양조법은 알려주지 않는다. 이 부분은 알아서 기본적으로 알고 있어야 한다. 본인이 홈브루잉을 통해 테스트를 해보거나 양조장에서 일을 하면서 배워야 하는 것이다.

이곳에선 양조 관련된 모든 방면의 공학적 지식과 과학적인 내용에 대해 강의를 받는다. 물론 독일에서도 양조학과는 희소성이 있지만 굳이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조선산업이 발전해서 조선공학이 있듯이 이곳은 양조산업이 매우 크기에 양조학과 같은 특수학과가 있는 것이다.



드디어 시작된 공부와 따라오는 수많은 시험들

학교에서 공부를 시작한 후 인증받고 패스한 몇 과목을 제외한 다른 공대 과목들의 수업들을 듣게 되었다.

처음엔 꿈에 그리던 양조학과에 입학하고 바로 기초 과목들만 수업하니 좀 아쉬운 마음도 없지 않아 있었다. 양조 관련 과목은 첫 학기도 있었지만 처음에는 양조 개론 정도의 과목이었고, 두 학기 정도 지나야 심화과정이 시작이었다. 먼저 십 년 만에 펼쳐본 일반생물, 화학, 역학 등의 과목들을 다시 보게 되니 반갑기도 했다. 특히 생물이나 화학 같은 경우 새로 외운다는 느낌보다는 머릿속 어딘가 저장되어있는 데이터들을 조금씩 복원하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기본과목들이니 만큼 그렇게 힘들진 않았다.


 그에 반해 좀 더 생소한 양조 관련 과목들은 나에겐 너무 힘들었다. 전문용어가 나오기 시작하면 처음 보는 용어들이 많이 나왔고, 내가 나름 80% 이상 이해를 했다고 자부해도 시험을 치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시험을 칠 때 답을 써나가기 전에 머릿속에서 번역의 과정이 들어갔기에 내가 쓰고 싶은 정답보다 더 유치하고 쉬운 문장들로만 서술되었다. 그리고 단어가 생각이 안 나면 아는 것이 아니었다. 한국어로 내용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어도 짧은 시간 안에 표현이 안되면 시험 점수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것을 해결하기 위해선 생각 없이 답이 나올 정도로 외워야만 했다.


 재밌는 부분은 독일 친구들은 이론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는 양조 쪽 과목들의 시험 결과가 괜찮은 반면, 수학이나 일반 과학 과목들을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었다. 나도 한국에서 대학생 때 적당히 몰라도 몇 개 생각나는 단어들로 어떻게든 있어 보이게(?) 답안을 작성하지 않았는가. 여기도 똑같았다. 어느 정도만 알아도 표현이 가능한 독일 친구들에 비해 나는 완벽한 표현이 아니면 답안 작성이 힘들었다. 반대로 정확한 답이 존재하는 과학 쪽은 우리에겐 쉬운 과목들이지만 이 친구들에게는 쉽지 않은 것 같았다.



끝없는 독일어의 지옥

독일 대학교에서는 영어 코스가 있는 과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학사과정은 독일어를 사용한다. 게다가 양조학과는 독일에서도 전통적인 분야이기에 모든 수업과 시험이 독일어로 진행되었다. 어느덧 대학 수업과 시험에 적응을 해나가고 있었지만 나에게 가장 큰 문제는 항상 하나였다.

독일어!!

지긋지긋하게 나를 잡아 끄는 이 언어는 언어 시험에 합격을 하고, 학교에 입학하고, 일을 하기도 하고, 대학 수업을 시작했을 때도 나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학교 수업을 시작하니 당연히 언어에 친절한 교수님은 없었고 사람마다 억양, 속도, 발음도 다른데 게다가 바이에른 사투리까지 쓰는 분도 있으니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이와 같은 경험을 하는 수많은 독일 유학생의 사례를 익히 봐왔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했었다.


그래도 독일어에 좌절을 많이 해본 노하우가 쌓인 건지 여기서 멘털이 무너져봐야 시간은 흐르고 나만 손해인 것을 알고 있어서 최대한 멘털 관리를 했던 것 같다.

"그래 어차피 한국에서 대학 공부할 때도 교수님 말은 이해 못 했었지"

강의를 마치고 오늘 교수님 말씀을 거의 이해 못 했다 하며 슬퍼지려 할 때 머릿속으로 항상 되뇌었던 논리였다. 어이없는 합리화였지만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적응하고 몇 학기의 시간이 흐르다 보니 어느덧 언어의 스트레스는 줄어들고 이해도도 조금씩 올라가게 되었다. 독일어는 아직도 완벽하진 않지만 결국은 시간과 언어에 노출이 필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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