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들어서면 조금 생경한 장면이 한가지 있다. 바로... '도우미가 옆에 있는 키오스크'이다. 키오스크 한대당 도우미 분들이 항상 옆에 계신다 (이 분들은 보통 자원봉사자, 아르바이트, 간호 조무원, 가끔 간호사 분들인 경우가 많다). 환자분들이 키오스크를 사용하기 어려워 하실때 이분들이 옆에서 친절하게 도와주시고 안내해주신다. 이건 특정 병원의 모습이 아니라, 대부분의 (적어도 3차) 병원에서 발견되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키오스크는 보통 혼자 사용한다. 기업에서도 고객 스스로 업무를 빠르게 처리 하라고 대당 수백만원의 돈을 투자해서 키오스크를 설치하는데... 그리고 키오스크 사용자들 또한 키오스크를 사용하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본적이 별로 없었던것 같은데... 이런 도움을 (의도치 않게?)받게 될때.. 왠지 무안하기도 하고, 죄송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리고 병원 입장에서도 생각해보면, 키오스크옆에 인력이 더 투입된다면, 중복 투자 아닌가?...UX디자이너로서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병원에서 가장 의아했던 부분중 하나였다.
병원에서 사용되는 키오스크의 종류는 정말 다양하다. 다른 병원에서 가지고 온 MRI같은 진료데이터를 병원에 제출하기 위한 'CD업로드 키오스크', 진료를 접수하고, 진료 안내지를 받기 위한 '외래 접수용 키오스크', 대기번호표를 받기위한 '대기번호표 키오스크', 진료를 마치고 비용을 지불하기 위한 '수납용 키오스크', 귀가할때 주차비 정산을 하기 위한 '주차 정산용 키오스크' 등등... 이 키오스크마다 도우미가 반드시 필요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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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키오스크 도우미의 역할은 뭘까?
도우미의 역할은 키오스크의 용도, 그리고 위치마다 다르다. 우선 진료비 수납, 주차 키오스크같은 공용공간에 설치되는 경우에는, 도우미들이 키오스크 이용을 도와주는 업무와 더불어, 길을 지나가는 행인들에게 진료실 위치, 병원 이용방법을 안내하는 Information desk 역할을 병행하게 된다. 그리고 외래 접수 키오스크는 보통 외래 진료실 안쪽에 배치하게 되기 때문에 주로 진료를 담당하는 간호사나 조무사가 도우미 역할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서부터 좀 복잡하다. 우선 진료과에 들어오는 환자는 무엇부터 해야하는지 두리번 거린다. 도우미는 이들을 키오스크로 불러서 접수를 시킨다. 이중에서 초진 환자는 초진환자 전용 창구로 안내한다. (외래 환자는 해당 진료과에 처음 오는 초진 환자와 이전에 방문했던 재진 환자로 나뉘는데, 초진 환자는 진료를 위해 선행해서 사전문진/진단서류 처리등..해야할 일들이 많은 반면, 재진 환자는 키오스크에서 접수하고 의자에서 대기하면 그만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진료과 안에서 대기중인 환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이 다음에 뭘 해야하나?', '2번 진료실은 어디에 있나?',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나?'등의 진료 관련 질문에 답해준다. 그리고 입구 밖까지 줄서서 기다리는 환자들이 빨리빨리 접수 할 수 있도록 키오스크 입력을 엄청난 속도로 대행(?) 해준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요즘처럼 감염병을 조심해야 할 때는 환자 한명한명 붙잡고 코로나 확진/확진지역 방문이력을 체크하기도 한다.)
Q2. 그럼... 키오스크 도우미는 반드시 필요할까? 없으면 어떻게 될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외래에서 약 20여분 동안 도우미 없이 키오스크를 운영해봤는데, 생각보다 의외의 부분에서 도우미의 빈 자리가 꽤 큰것을 발견했다... 우선 진료실로 진입하는 사람들이 키오스크로 올 생각을 안하고 모두 초진환자 안내데스크로만 직진하는 것이다. 이유를 확인해보니 접수를 위해 키오스크를 사용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접수데스크 옆에있는 키오스크가 접수용인지도 몰랐다고 한다. 진료를 마치고 나서도, 진료전 사용했던 접수용 키오스크에서 진료비 납부를 사려고 시도하는 사례도 발생했고, 입원 접수 키오스크에서 외래 수납 메뉴를 찾는 경우도 발생했다. 환자들은 열심히 줄서서 키오스크를 사용했는데 결국 헛걸음만 하게 되는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키오스크를 사용할때 사용자들은 같은 곳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예를들어 주민번호를 입력할때 전체 주민번호를 넣어야 하는데 앞자리만 넣고 [확인]버튼을 누르거나, 전화번호를 입력할때 환자가 아닌 본인의 전화번호를 입력하거나 하는 실수를 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하게 됬고, 그때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뒤에 줄은 줄어들지 않고 점점 늘어나기만 했다. 즉, 환자의 대기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물론 병원, 업체에 따라 매우 훌륭하게 디자인된 UX의 키오스크도 있지만, 이건 필자가 경험한 3차병원 현장에서의 Case임을 인지 바란다.)
Q3. 이런 불편은 왜 발생하는것일까?
UX 기본원칙 (이미지 출처: https://medium.com/moodah-pos/ui-ux-awareness-design-guideline-understanding-and-im
이는 대부분 UX에서 얘기하는... 전형적인 '사용성'관련 문제들이다. 직관적으로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자를 배려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본인은 생각한다. '이 키오스크로 접수를 할 수 있어요!', '이것부터 하셔야 해요!'를 유저에게 직관적으로 전달하지 못했고, 사용자는 '수납 키오스크는 여기 즈음 있겠군(화장실처럼)'이라고 예측을 못하고 있으며, '이곳은(주민등록번호 입력란) 16개 숫자를 넣는 곳이군'이라고 미리 정보를 제공 못하고 있어서 발생하는... 즉, 사용자의 인지구조에 맞춰서 UX원칙에 따라 직관적으로 키오스크를 디자인하고, 배치하지 못한 이유가 크며, 그로인한 불편은 모두 환자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위에서 언급한 사용성 이슈들은 어찌보면 UX 관점에서 보면 너무도 기초적이고 당연한 내용들이다. [Affordance] 원칙에 따라 키오스크를 보자마자 용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하고, [Visibility] 원칙에 따라 키오스크가 쉽게 눈에 띄는곳에 있어야하고, [Accessiblity] 원칙에 따라 최소한의 걸음과 터치로 키오스크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하고, [Consistency] 원칙에 따라 규칙적인 거리, 장소에 배치되어서 유저가 키오스크의 위치를 예상 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UX의 이런 기초적인 Rule들이 지켜지지 않아서 결국엔 환자와 직원들이 하지 않아도 되는 고생을 하고 있는것이다.
이런 기초적인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원인은 뭘까?... 본인은 두가지가 문제라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키오스크 구매시 업체에게 기능관련 요구사항만 전달하고, 사용성관련 기준은 업체에게 요구하지 않아서 업체는.. 기능수준만 만족 시켜서 납품하고 끝나는 현재 납품/관리 구조와, 두번째는 병원에서 키오스크를 관리하는 부서(원무팀, 의료정보실, 진료지원실, 보안팀 등)에서 잘 디자인된 UX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과 판단력이 부족 하다는데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