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프로젝트에 쓸데없음은 없다
저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은 아이였습니다. 해보고 싶은 것이 생기면 오랫동안 고민하기보단 일단 먼저 '하고 보는' 스타일이었죠. 이런 저돌적인 성격 때문에 손해 보는 점들도 있지만 덕분에 남들보다 조금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경험해 보지 않으면 그것이 내게 맞는지 아닌지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일단 부딪치고 보면,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조금씩 명확해집니다. 지금 당장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먼저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하나씩 꾸준히 해나가보세요.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보면 그것은 곧 '잘하는 일'로 성장하게 되거든요.
특히 저는 직장인이 되고 고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나씩 시작할 수 있었는데요.
미술 : 캘리그라피, 연필 드로잉
공예 : 가죽공방, 뜨개질, 꽃꽂이
운동 : 복싱, 웨이트, 필라테스, 마라톤, 방송댄스
음악 : 보컬, 드럼, 플룻
위 리스트는 제가 직장생활 이외에 한 '다양한 경험'들이다. 이런 경험들로 알게 된 것은 제가 '시각적'인 것에 꽤 예민하고, 활동적인 것을 좋아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 중 지금까지 꾸준히 지속하고 있는 것들은 캘리그라피와 운동 그리고 드로잉입니다. 다른 취미활동들에 비해 비교적 준비물(?)이 간단하고 언제 어디서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덕분에 이 취미들은 여전히 저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처음 캘리그라피와 드로잉은 집에 있는 종이와 불펜, 연필 그리고 붓펜으로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씨 배치가 나올때까지 수십 번, 수백 번을 쓰고 또 썼는데요. 그러다 어느 날 우연히 글씨를 스캔하고 포토샵을 통해 이미 쓴 글씨를 조금씩 수정하고 다양하게 변형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포토샵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배우기란 무리였죠. 그래서 저는 나에게 필요한 기능만 배우기로 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만 해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혼자 터득하는데 큰 무리가 없죠. 모든걸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는 강박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우리는 더 많은 스킬들을 빠르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캘리그라피를 하다보니 노래 가사에 맞춘 캘리그라피 영상을 만들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인터넷 검색과 무료 어플을 통해 영상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엔 '포토샵의 기초' '애프터이펙트의 실전이용'이라는 두꺼운 책을 읽어봐야 알 수 있었던 정보지만 요즘은 손쉽게 정보를 빠르게 익힐 수 있거든요.(얼마나 좋은 세상인가요...)
저는 캘리그라피 디자인이 어느 정도 발전하자, 캘리를 활용한 굿즈를 만들고 싶어졌는데요. 그래서 레이저 커팅과 굿즈 제작에 대해 공부했고 이를 바탕으로 세종예술시장 소소마켓과 자선바자회에 굿즈를 판매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금씩 자신감이 붙자 크라우드 펀딩에도 도전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최근엔 캘리그라피를 활용한 다이어리 속지를 만들기 위해 인디자인 프로그램을 접하기도 했는데요. 이처럼 어려워 보이는 프로그램도 필요에 따라 그 때 그 때 배우면서 활용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닫. 대부분 프로그램들은 비슷 비슷한 원리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한 가지 툴을 익혔다면 다른 툴을 익히는 것은 훨씬 수월하거든요.
가끔 제게 '그런 활동들이 무슨 의미가 있어?' 하고 묻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아마 들이는 시간에 비해 어떤 '수익'이 보장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은 제게 의미가 있습니다. 목적이 있는 경험들은 시너지 효과를 내거든요.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였던 일들도 어느날 문득 '어라? 이게 이럴 때 도움이 되네?' 하는 마법을 만들기어 내기도 합니다.
저는 쓸데 없는 배움과 도전은 없다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 하나의 도전과 배움 그리고 실패가 점과 점으로 연결되어 선이 되고, 그 선들이 모여 하나의 도형을 이루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원하지 않는 결과가 있을 수도 있고 포기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모든 도전과 실패의 경험은 차곡차곡 쌓여 나만의 자산과 무기가 됩니다. 저 또한 여러가지를 경험하면서 저와 맞지 않는 것들은 단념했습니다. 그리고 시도했던 것들이 실패하는 경험을 통해 인사이트를 얻기도 했죠.
어떤 사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면, 일단 좋아하는 것들을 순서대로 하나씩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세요. 그리고 심장이 더 두근거리는 일을 조금 더 깊게 파보면 됩니다. 좋아하는 일을 만난다면 그 시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에요.
다른 사람들이 성공한 사례를 보면 솔직히 조바심이 날 수 있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하지만 여러분의 삶은 여러분만의 속도로 스스로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결국, 꾸준히 한 것들만 남게 되더군요.
사이드프로젝트로 지금 당장 무엇을 이뤄야겠다는 욕심보단, 일단 먼저 부딪쳐보세요.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지금부터 시간을 적립하는 마음으로 한 걸음씩 내딛어야 합니다. 그렇게 쌓아올린 많은 경험과 기회 속에서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선택해서, 발전 시켜나가는 힘을 기른다면 결승선은 그리 멀리 있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