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다은 변호사 Jun 28. 2023

폭행 정당방위 침해의 현재성 대법원 판례




X는 라벨스티커 제작회사의 대표이사이고, 피고인 A는 위 회사 소속의 근로자였습니다. 대표이사 X는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피고인을 비롯한 포장부 소속 근로자들을 영업부로 전환배치하고 포장 업무를 외주화하였습니다. 이에 근로자들은 포장부에서 업무 성격이 다른 영업부에 배치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고용보장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해위라고 반발하며 노사갈등이 격화되었습니다.

X는 포장부 작업장을 폐쇄한 후 근로자들에게 포장업무를 위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본사 사무실로 출근할 것을 통보하였고, 수시로 근로자들에게 영업교육 수강을 종용하면서 '수강 거부 시 근로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여 노무 수령을 거부하고 임금을 지급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마찰 상황은 지속되어 갔습니다.

사건 당일 X는 본사 사무실에 나와 대기하는 20여 명의 근로자들에게 '근무의사가 없으면 집으로 돌아가라'며 자료 확보를 위해 근로자들의 모습을 촬영하였고, 근로자들은 X에게 '찍지 말라'고 항의하였습니다. 또한 X는 전환배치 관련 근로자들의 요구조건에 대해 회사측이 아무런 답변을 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에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으면서, '영업교육을 받으러 나오지 않으면 작업 거부로 간주하겠다'고 말하며 사무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당시 사무실 곳곳에는 근로자들이 앉거나 서 있고, 근로자Y가 피고인 등과 함께 회사 측의 조속한 답변을 요구하며 X의 진행방향 앞쪽에 서 있다가 양팔을 벌려 이동하는 X를 막으려고 하였으며, 특히 출입구로 나가는 좁은 길목 바닥에 근로자 Z를 비롯한 다른 근로자들이 바닥에 앉아 있어 근로자들을 지나쳐 빠져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에 X는 Z의 옆구리를 1회 걷어차고, 오른쪽 허벅지를 1회 밟은 뒤, Y의 어깨를 손으로 밀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Y가 넘어지고 X도 뒤엉켜 뒤로 넘어지면서 Y를 깔고 앉게 되었습니다. 피고인을 비롯한 다수의 근로자들이 그 주변으로 몰려들었고, Y는 고통을 호소하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그 직후 X가 그 자리에서 바로 일어나지 못하고 '내 몸에 손대지 마'라고 소리를 지르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Y를 깔고 앉아 있는 X의 어깨 쪽 옷을 잡았고 다른 남성 근로자가 X를 일으켜 세우자 힘을 주어 X의 옷을 잡고 흔들었습니다.

이에 피고인은 "X가 직원들의 항의를 무시하고 사무실 밖으로 빠져나가려 한다는 이유로, 사무실 현관까지 피해자를 따라가 양손으로 피해자 X의 어깨를 잡고 수회 흔들어 폭행하였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되었습니다.


평소 제가 올리는 사례들과 달리 오늘은 사실관계가 엄청 길고 복잡하지요.


이 사건의 경우 사실관계를 자세히 알아야 쟁점을 이해할 수 있어서 일부러 거의 줄이지 않고 올려보았습니다.



이 사건에서 피고인은 "X의 어깨를 흔든 것은 Y와 Z에 대한 X의 폭행에 대한 정당방위이므로 폭행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라고 주장하였는데, 1심과 항소심은 피고인의 이러한 정당방위 주장에 대하여 "피고인이 양손으로 X의 어깨를 흔들 당시 X의 Y등에 대한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된 상태였다"는 이유로 "피고인의 행위는 소극적인 저항행위를 넘어서는 적극적인 공격행위이므로 이를 두고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방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이는 결국 법률적으로 표현하자면, 결국 정당방위 요소 중 "침해의 현재성"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정당방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이지요.



며칠 전 폭행 정당방위가 인정되서 무죄가 선고된 사례를 설명드렸는데요. 해당 글의 링크를 걸어놓을 테니 궁금하신 분은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습니다.


https://brunch.co.kr/@chaedn/809


기존 글에서도 말씀드렸듯이 폭행의 정당방위는 단순히 서로 치고박고 싸우던 중이라면 모두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쌍방의 체격차이, 폭행의 강도나 위험도의 차이 등을 고려하여, 피해자로부터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는 과정에서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서 유형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때에 한하여 인정됩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다시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정당방위를 위법성 조각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이때 '침해의 현재성'이란 침해행위가 형식적으로 기수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침해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인해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아니하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그중 일부 행위가 범죄의 기수에 이르렀더라도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당방위의 성립요선으로서의 방어행위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된다. 다만 정당방위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로서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방위행위가 상당한 것인지는 침해행위에 의해 침해되는 법익의 종류와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 방위행위에 의해 침해될 법익의 종류와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 들을 참작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대법원 92도2540, 2013도2168 판결 등 참조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의 침해의 현재성에 대해 "원심이 판단한 바와 같이 X가 이미 넘어진 후 피고인이 X의 옷을 잡았고 자리에서 일어난 이후에도 X의 어깨를 흔들었으므로 원심과 같이 가해행위가 이미 종료되었다고 볼 여지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당시 X는 근로자들과 장기간 노사갈등으로 마찰이 격화된 상태에서 사무실 밖으로 나가기 위하여 좁은 공간에서 다수의 근로자들을 헤치거나 피하면서 앞쪽으로 움직이던 중 출입구 직전에서 Y와 엉켜 넘어졌으므로 근로자들 중 일부인 Z에 대한 가해행위만을 두고 침해상황의 종료를 판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은 좁은 공간으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바닥에 깔려있는 Y를 구하기 위해 X를 일으켜 세울 필요가 있어 "내 몸에 손대시 마"라고 소리를 지르며 신체 접촉에 강하게 거부감을 보이는 X를 직접 일으켜 세우는 대신 손이 닿는 대로 어깨 쪽 옷을 잡아 올림으로써 무게를 덜고 X가 일어서도록 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하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이 사건은 파기환송되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매우 첨예하고 꼼꼼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단순히 하나의 행위만을 두고 종료가 되었다 아니다를 판단할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와 근로자들 간의 장기간, 복합적인 분쟁 등으로 인하여 사건 당일 대표이사가 사무실을 빠져나가려 하였던 그 당시의 가해자-피해자의 관계를 전체적인 갈등상황을 고려하여 두루 살펴보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될 거 같습니다.



채다은 변호사 홈페이지 : www.채다은.com


(아래 배너를 클릭하고 카카오 채널을 통해 상담 예약이 가능합니다.)

http://pf.kakao.com/_nJcBb



작가의 이전글 준유사강간미수 피해자 합의 형사조정 기소유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