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가 피고인의 혐의를 입증하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나와서 소개합니다.
피해자는 재판 진행 도중 여러차례 탄원서를 제출하며 자신의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였습니다.
한편 법원은 이러한 피해자의 탄원서 내용의 일부를 적시하여 피고인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였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피해자가 법원에 제출한 탄원서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설명하였습니다.
법원은 피해자 등의 신청이 있는 때에 그 피해자 등을 증인으로 신문하여야 하고(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1항), 피해자 등을 신문하는 경우 피해의 정도 및 결과, 피고인의 처벌에 관한 의견, 그 밖에 당해 사건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2항). 나아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권으로 또는 피해자 등의 신청에 따라 피해자 등을 공판기일에 출석하게 하여 형사소송법 제294조의2 제2항에 정한 사항으로서 범죄사실의 인정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에 관하여 증인신문에 의하지 아니하고 의견을 진술하거나 의견진술에 갈음하여 의견을 기재한 서면을 제출하게 할 수 있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0 제1항 및 제134조의11 제1항). 다만 위 각 조항에 따른 진술과 서면은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다(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2).
2024. 3. 12. 선고 2023도11371 판결
왜 이런 것인지 궁금하실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는 피고인의 방어권이 보장이 되어있음이 전제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반대신문권이 보장되는 증인신문조서 등은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있으나, 피고인 측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채, 피해자가 일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는 것은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 없다는 취지입니다.
결국 피해자가 그러한 의견표명을 하는 것은 자유이나 이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다는 취지이지요.
그렇다면 원심 법원이 피해자의 탄원서 중 일부 내용을 근거로 해서 유죄의 판단을 한 것이 잘못이라면,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되었을까요?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습니다.
피고인이 피해자를 강간하려다가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하였다는 강간상해의 공소사실이 제1심 및 원심에서 유죄로 인정되었고, 피해자는 제1심 및 원심에서의 재판 절차 진행 중 수회에 걸쳐 탄원서 등 피해자의 의견을 기재한 서류를 제출하였는데, 원심이 피고인의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 주장에 관하여 판단하면서, 피해자가 한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되는 사정의 하나로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일부 기재 내용을 적시하여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사안에서, 위 탄원서 등은 결국 피해자가 형사소송규칙 제134조의10 제1항에 규정된 의견진술에 갈음하여 제출한 서면에 해당하여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단에는 피해자의 의견을 기재한 서면의 증거능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범죄사실의 인정을 위한 증거로 할 수 없는 탄원서를 유죄의 증거로 사용한 잘못이 있으나, 위와 같은 원심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이 없다.
2024. 3. 12. 선고 2023도11371 판결
결국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일부 내용을 적시하여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결과가 바뀔만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제출한 탄원서의 내용을 들지 않더라도 (탄원서의 내용을 다 배제하고도) 충분히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취지이지요.
이렇듯 어떠한 주장이 증거로 쓰일 수 있고, 그렇지 않은지를 잘 판단하는 것도 형사전문 변호사에게 반드시 필요한 지식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