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구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즈음, 연희동에 온통 파란색 책만 파는 책방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누군가 가장 좋아하는 색깔을 묻는다면 지체 없이 파랑이라 답하고, 파란색 물건을 보면 내 생각이 난다는 메시지도 종종 받고는 하는 나로서 가지 않을 이유가 없는 책방이었다. 회사를 다녀오면 늘 에너지가 바닥나 주말에도 누워 있기 일쑤였지만, 드디어 회사라는 핑곗거리가 사라지지 않았는가. 온통 파란색으로 온몸을 무장하고 <쏘블루>에 방문했다.
책방에 들어서자 실로 파란 것들만이 나를 반겼다. 세상에 파란색 표지의 책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로 구석구석 파랑이었다. 책 사이 작은 오브제 하나까지도 전부 파란색 포인트가 있길래 대체 얼마나 색깔에 진심인 걸까 궁금해하며 들여다보던 중, 사장님께서 나와 짤막하게 책방 소개를 해 주셨다.
“제가 좋아하는 파란색 책들이에요. 특히 이쪽의 세 권이 저희 책방의 가장 중심이 되는 책들이고요, 그중에서 이 책을 가장 아껴요.“
다른 책들을 살펴보다가도 결국엔 사장님께서 가장 아낀다던 책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뚜렷한 취향을 분명하게 전할 수 있는 사람이 추천하는 책은 어떨까 궁금했다. 밑줄이 많이 그어져 있었다. 그마저도 형광 파란색으로. 책방을 차리게 된 계기인 책이기도 하다는 짤막한 메모가 뒤늦게 보였다. 이 책을 산다면 사장님의 경험을 구매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았다. 매대로 갔다.
책을 포장하고 계산하는 순간까지도 파랑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았다. 파랑도 온도가 전부 다른데, 그중에서도 청색 불꽃을 가장 좋아해요. 지금 구매하시는 이 책부터 파란색을 진지하게 좋아하게 됐어요. 저도 파란색을 가장 좋아해요. 그러실 것 같았어요. 파란색을 좋아하신다니 파란색이 담긴 엽서를 드릴게요. 그렇게 직접 찍은 사진으로 만든 엽서를 같이 넣어 주신 사장님. 엽서에 있는 파랑이라곤 귀퉁이의 버스가 전부였지만 작은 파랑만 포착해도 온통 파랑이 되는 마음을 상상해 보게 됐다.
책방 모퉁이에는 사장님 친구로부터의 엽서가 글자 면으로 붙어 있었다. 마음을 자랑스러워하고 소중히 하는 마음을 엿봤다. 엽서에는 그런 내용이 적혀 있었다. 산타클로스의 배가 볼록하게 나와 있는 건 사실 선물을 받은 아이들로부터 먹을 걸 돌려받아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고. 그런 다복한 책방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언젠가 나는 나와 같은 결의 사람들을 나만의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밀집시켜 하루 종일 같은 취향에 대해 떠들고 취하는 것이 삶의 목표였던 때가 있었다. 어쩌면 오늘 나는, 그 목표를 이미 이룬 사람을 보고 온 것 같다.
*주말엔 쉽니다. 월요일에 6일차로 찾아뵐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