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우리 아빠 10화

사망신고를 하루 앞두고

가만히 삼키며

by 풀 그리고 숲

고작 서류 하나인데. 마음이 헛헛하다.

인간은 왜 이토록 둔할까. 이제야, 2004년 10월 아빠가 어떤 마음으로 엄마의 사망신고를 하러 구청에 가셨을까 헤아려본다. 그저 같이 그리워할 줄만 알았지. 아빠가 짊어진 감정의 면면을 너무도 많이 놓쳐왔다.


사망 이후 한 달 이내에 사망신고를 마쳐야 한다. 그게 어느덧 내일이다. 내일 동생과 시청에 갈 것이고, 우리는 낯선 서류를 받게 될 것이고, 꾹꾹 눌러쓰게 되겠지. 그 글자가 생각처럼 무겁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분명 생각보다 훨씬 무거울 거다. 거대한 문진처럼 우리 가슴을 눌러, 음각의 글자를 새기겠지.


아빠는 오늘까지, 내일 사망신고를 하기 직전까지, 행정상 살아계시는 분이다.

우린 이미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를 추모관에 모시고, 삼우제를 지냈고, 49재를 지내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우리끼리의 일이다. 그런데 내일이면 아빠는 공식적으로 망자가 된다. 싫다. 이거야말로 속상하다. 속이 상해 물러진다.


내 이름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제적등본을 발급받았다. 그리고 아빠 이름의 가족관계증명서와 기본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아빠 이름 아래 자녀란을 채운 우리의 이름. 진위여부는 알 수 없지만 기본증명서에 남겨져 있는 아빠의 출생지, 엄마와의 혼인신고일, 엄마의 출생지, 나와 동생의 출생신고일.

나의 출생신고도, 동생의 출생신고도, 엄마의 사망신고도 다 아빠가 하셨구나.


출생신고를 하던 1989년, 1993년의 아빠 얼굴을 가만히 그려본다. 아빠 성격상, 작성하고 잘못된 부분은 없을지 보고 또 봤을 텐데. 출생신고를 마치고 엄마에게 향하던 아빠의 표정은 어땠을까. 궁금하다. 출생신고를 하던 때, 어떤 마음이셨는지는 여쭤본 적이 없네. 더불어, 배우자의 사망신고를 하러 갔을 때의 심정까지도.


...


아빠.

저는 마음이 안 좋아요.

부모님의 사망신고를 앞둔 전날밤의 마음은요, 무겁고 쓸쓸하네요.

아마 채민이의 손을 꼭 잡겠죠. 눈시울이 붉어지겠죠. 많이 울지는 않을게요. 눈물이 쏟아지려거든, 채민이를 꼬옥 껴안을게요.


아빠, 전주에서 여기까지 오시기 어려우시더라도 내일은 걸음해 주세요. 낯선 경험을 해야 하는 우리 뒤에 서 계셔주세요. 어깨에 손을 얹어주세요. 안아주시면 더 좋고요. 오늘도 많이 보고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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