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이 갓 넘었을때, 가끔 심장이 두근거려 잠을 못이루던 날이 있었다. 기분좋은 긴장감이 아니었다. 최종 면접을 1분 앞둔 것 마냥 불쾌하고 조절불가한 두근거림이었다. 그래서 매일 먹은 음식과 컨디션을 일일이 기록하기 시작했다. 한 달 후, 커피 마신 날과 심장이 뛰는 날은 하나도 빠짐없이 일치했다.
'나는 커피를 못 마시는구나. '
심지어는 언젠가 카페 직원의 실수로 진한 홍차를 마시게 되었을 때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누운채로 30분 가까이 끙끙 앓다가 겨우 증상이 사라진 적도 있었다.
커피가 없으면 못 살던 사람도 아니기에, 어릴때도 종종 내 몸은 남들보다 어딘가 연약했기에 이번에도 겸허히 받아들였다. 하지만 무언가를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는 걸 깨닫는 건 그리 유쾌한 순간은 아니었다.
커피는 매력적이다. 특유의 분위기, 그윽한 빛깔, 무엇도 흉내낼 수 없는 향기까지. 각자의 뜰에 누구나 하나씩 심어놓은 예쁜 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내 것은 아니다.
다행히 나는 물을 좋아한다. 씁쓸하고 신 맛도 좋아해서 차(tea)도 잘맞다. 카페인 없는 차 를 검색하면 몇 몇 종류가 나온다. 그런 것들을 마시곤 한다.
잠에서 깨고 싶을 때 남들은 커피를 마신다지만, 나는 그러지 못한다. 그냥 시간이 지나서 정신이 들길 기다릴 뿐이다.
백색소음을 좋아하기에 카페에 종종 방문한다. 카페인 없는 음료가 어떤게 있냐는 질문으로 주문을 시작한다. 그 것도 나쁘진 않다. 남의 커피 향 정도는 맡아도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