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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로잉을 품은 단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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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차곡
Apr 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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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
어린시절 나는 모범생이었다.
성적과는 크게 관계없이, 어른들이 바랄만한 행동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딱히 그게 옳다고 판단해서는 아니었다.
그저 불안해서였다.
다음날 늦게 일어날까봐 불안해서 미리 책가방을 챙겨 신발장 앞에 놓아두었다.
숙제를 안하면 그것이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나의 미래를 망쳐버릴까 두려워 숙제를 했다.
어른들이 혼을 낼 때의 쎄한 공기가 무서워 그들이 시키는 것은 대부분 옳은 것이라 믿었다.
불안은 나의 일부였다.
애니고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릴때도 스스로를 들들 볶으면서 결과를 얻곤 했기에
불안 덕분에 성장했다고 생각했다.
성인이 되고 몇 년이 채 흐르지 않았을 때 이런 압박감을 더이상 견디기 힘들어졌다.
창작활동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인생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채찍이었다.
감히 비할 데는 아니지만 유명한 예술가들이 왜 작품활동 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미쳐버리는 지 알 것도 같았다.
일단 살고 봐야지, 내가 행복해야지.
그림이고 뭐고 내가 없으면 아무 것도 아니야, 라며 골똘히 생각하고 끊임없이 움직이던 습관을 버리려 노력했다.
요즘은 예전보다 더 건강해졌다.
가벼워야 할 때 가벼울 줄 아는 여유가 생긴 것도 같다. 하지만 불안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거다.
예민하던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낙천적이 될 수 없듯이, 어쩌면 이런 기질에 필연적으로 따라붙을 수 밖에 없는 모습이 아닌가 싶다.
내 몸과 마음이 평생 살아야 할 집 같은거라면 불안은 그 집 마당을 노리는 뒷산 야생동물같다.
비유가 좀 이상하지만 내게 불안은 그런 존재이다.
날 공격하기에 경계 해야하는, 어찌됐든 공생해야하는 그런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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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실력과 노력을 쌓는 강차곡입니다. 그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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