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참 좋아하지만 강아지나 고양이는 키워본 적이 없다. 손바닥보다 작은 동물들을 -토끼나 햄스터 정도-키워본 게 전부다.생명체를 오롯이 책임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개나 고양이는 아이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이겠지.
나는 동물을 키우고 싶을 때 같은 종의 매우 늙은 개체, 병든 개체의 사진을 본다. 어떤 병에 잘 걸릴 수 있는지, 키우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찾아본다.움푹 패인 볼, 솜털이 빠지고 남은 거칠고 긴 털. 움직이는 것 조차 버거워 덜덜 떠는 모습을 본다. 저런 모습까지도 감당할 수 있을까. 꿀발린 사탕같이 귀여운 모습이 아닌 현실을 본다.
10년 전에 소동물을 키우고는 싶었으나 매우 고민했던 적이 있었다.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만남에 대한 기대만 있을 뿐 이별과 죽음이 두려웠다. 그러던 중 찾은 게 달팽이었다.
달팽이는 죽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평생 말이 없고 내게 웃어주지도 않는 그들은 떠날 때도 그저 태어날때부터 갖고 온 그 집 안으로 조용히 들어간다. 그리고 한동안 나오지 않은 채 어느 날 날파리 몇마리가 주변을 맴돌면 그 것은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 없이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영원히. 나는 그 비밀스러움이 좋았다. 죽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 언뜻 고고해보이기도 했다.
그렇게 달팽이 8마리를 내 방에서 부화시켜 절반은 입양보내고 4마리는 4년간 살다가 흙으로 돌아갔다. 개체마다 성격이 다르던 모습도, 알에서 변화한지 얼마 되지 않아 투명한 몸 안에서 심장이 콩닥거릴때도, 내 손만큼 커졌을때의 모습도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