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아주 잠시 지내고 있을 때, 별로 외롭지도 않고 이정도면 충분히 거기서 살 수도 있겠다 생각했었다.
난 원래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 게다가 김치를 안 먹고 고춧가루 범벅 된 음식을 싫어한다. 해외체류 6개월 쯤 지났을 때 문득 짬뽕 국물이 그리워진게 전부였다. 외국에서 살다가 못 견디고 돌아가는 사람은 지극히 단체중심적이고 매운 음식만 먹던 사람들일거라고 생각했다.
현재는 한국에서 수 년째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이 곳에서 나고 자랐지만 사회인이 되어 겪는 세계는 어렸을 때 봐왔던 세상과 많이 달랐다. 상식이 통하지 않는 일, 얼굴에 철판 10장을 깔고 뻔뻔하게 구는 사람들 등 가치관이 흔들릴 정도로 어렸을 땐 겪지 않았던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그럴 때 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잡아준 건 가족들과 친구들이었다. 만약 이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힘들었던 순간에 견뎌낼 수 있었을까. 단지 김치 하나 안먹는다고 나는 외국에서도 살 수 있겠구나 했던 건 치기어린 오만이었다. 혼자 덩그러니 산다는 건 쉬운 게 아니었겠구나. 그리고 해외에서 향수병에 시달리는 건 그들이 약해서가 아니라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라는 것, 그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는 것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타국에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한다. 사대주의에서 나온 기대와 가보지 않는 길에 대한 막연한 환상이 버무려진 비빔밥마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