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잘 잡으면 무기가 되지만 꽉 움켜쥐면 내 손에도 피를 내는 칼날마냥 위험하고 조심스럽다. 그 뿐일까. 에너지, 무의식 속의 죄책감, 가슴이 타는 듯한 독기를 지불해야 한다.
사람 문제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화를 가라앉히지 못했던 적이 있다. 후에 어찌어찌 정면돌파했고 상대방에게 사과를 받아내어 문제 자체는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내 기질때문인지 과거의 일들이 종종 재방송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곤 했다. 심지어는 실제보다 더 혐오스럽고 징그러운 모습으로 진화하여 꿈 속에서 나를 괴롭히곤 했다.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지친 내 모습을 발견했다.
무슨 이유에서든 머릿속에 상대방이 떠오르는 것 자체가 거북했다. 그래서 화 내기를 중단했다. 어차피 남인데, 나랑 아무 상관 없는 사람인데. 화 내는 것조차 낭비같았다. 그래서 칼 같이 끊어버렸다. 감정낭비를.
화를 내 봤자 화 내는 사람이 되는 건 나다. 쌓여가는 독기는 결국 내 것이다. 나를 위해서라도 잊고 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