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교와 눈물

by 강차곡
퇴근길

애교라고는 일절 없는 소녀였다.
눈물로 호소하는 것도 자존심상했다.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도 이해할 수 없었다.
잘못을 대충 무마하려는 비겁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얻고싶은 게 있으면 능력을 기르면 되지 아양은 왜 떠는걸까. 잘 한 것도 없으면서 울긴 왜 우는걸까. 아기같이 구는 것 같아 싫었다.

살다보니 꾸역꾸역 혼자 해내는 나보다는 힘듦을 티내고 적극적으로 눈물을 보이는 사람에게 세상은 더 너그러운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아끼는 건 저런 사람이구나. 나는 사회가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여자의 무기는 애교'라는 말이 아무렇지도 않게 통용되던 90년대, 2000년대를 지나왔고 나는 내 모습 그대로다.

다만 초연해졌다고 해야할까.

지금은 실력 외 다른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어내는 것도 재주라고 생각한다.
내 가치관과는 다르지만 사람마다 각자 살아가는 방법이 다르다는 것도 배웠다. 내 방식만 고집하는 것도 오만이겠지.

언젠가 들었던 말처럼 ‘무의식적으로 내가 가지지 못한 성향을 질투하는 것’일수도 있다.
사람들는 복잡하고 어려운 걸 싫어하며 자기에게 잘 보이려는 사람을 좋아한다.
한편 나는 생각이 많고 도덕적 잣대가 남들보다 강한 사람이다. 도움을 받는 것도 어색해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귀여움과 보호를 받기란 애초에 내 적성에 맞지 않았는지 모른다.

이제는 누가 눈 앞에서 아양을 떨어서 이득을 보든, 눈물을 보여서 위기를 모면하든 신경쓰지 않는다. 싫어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다.
저 사람은 저렇게 사는구나, 할 뿐.
세상은 자로 잰 듯 딱 떨어지지 않고 능력있는 순서대로 잘되는 것도 아니니까. 나도 실력 외의 것 때문에 나보다 뛰어난 누군가보다 더 나은 기회를 누렸을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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