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무던한 아이들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었다.
지금은 극복했으나 어린시절 날 힘들게했던 기억이 하나 있다.
우리 동네사람들은 많이들 서로를 알고있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 ... . 하지만 아버지 회사때문에 모여살았기에 딱히 서로 애정은 없었고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일례로 몇 몇 아주머니들이 나를 두고 뒷담화 했던게 내 귀에까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지점토’라고 불렀다. 막 쥔 것 처럼 못생겨서란다. 나는 그저 평범한 어린이일 뿐이었다.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된 어른이 왜 남의 자식 외모가지고 웃음거리 삼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미성숙한 사람들이었겠거니 생각한다. 동네 꼬마를 끌어내려서라도 잠시 웃고싶을만큼 절박하고 서러운 사람들이었을거다.
사실 한 번 뿐만은 아니었다.
몇 몇 아줌마들은 내가 응당 아름다운 외모로 자신들을 만족시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라도 짓고있는 양 지적질을 해댔다.
내 인사를 듣자마자 여기가 어떻네 저기가 어떻네.. 엄마 손을 잡고 다녀야 할 만큼 어려서 사람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짢음, 불쾌함 같은 것들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다만 표현할 어휘를 몰랐고 그 상황이 불쾌해 마땅한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웬만하면 사람을 봤을 때 처음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말로 꺼내지 않는게 내 지론이다.
예전보다 살이 붙은 게 눈에 띄는 사람이든, 눈 밑에 있는 점이 눈에 띄는 사람이든, 눈썹이 새카매서 눈썹밖에 안보이든.
뚜렷한 외적 특징이 있을때 그 사람은 이미 수십번 얘기를 들었거나 본인 스스로도 잘 인지하고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되도록 제일 처음 떠오른 말은 삭혀버리고 무난한 인사를 건네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