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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차곡 May 14. 2020

외모 품평의 기억

어른들은 말을 함부로 한다

터미널에서

어린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무던한 아이들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랬었다.

지금은 극복했으나 어린시절 날 힘들게했던 기억이 하나 있다.

우리 동네사람들은 많이들 서로를 알고있었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딸, 누구의 아들... ... . 하지만 아버지 회사때문에 모여살았기에 딱히 서로 애정은 없었고 남 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참 많았다. 일례로 몇 몇 아주머니들이 나를 두고 뒷담화 했던게 내 귀에까지 들어온 적이 있었다.
정확히는 ‘지점토’라고 불렀다. 막 쥔 것 처럼 못생겨서란다.
나는 그저 평범한 어린이일 뿐이었다.

가정을 꾸리고 부모가 된 어른이 왜 남의 자식 외모가지고 웃음거리 삼았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단지 미성숙한 사람들이었겠거니 생각한다. 동네 꼬마를 끌어내려서라도 잠시 웃고싶을만큼 절박하고 서러운 사람들이었을거다.

사실 한 번 뿐만은 아니었다.

몇 몇 아줌마들은 내가 응당 아름다운 외모로 자신들을 만족시켜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라도 짓고있는 양 지적질을 해댔다.

내 인사를 듣자마자 여기가 어떻네 저기가 어떻네..
엄마 손을 잡고 다녀야 할 만큼 어려서 사람들은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언짢음, 불쾌함 같은 것들을 생생하게 느끼고 있었다. 다만 표현할 어휘를 몰랐고 그 상황이 불쾌해 마땅한 것이라는 판단을 할 수 없었다.

웬만하면 사람을 봤을 때 처음 보자마자 드는 생각은 말로 꺼내지 않는게 내 지론이다.

예전보다 살이 붙은 게 눈에 띄는 사람이든,
눈 밑에 있는 점이 눈에 띄는 사람이든,
눈썹이 새카매서 눈썹밖에 안보이든.

뚜렷한 외적 특징이 있을때 그 사람은 이미 수십번 얘기를 들었거나 본인 스스로도 잘 인지하고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되도록 제일 처음 떠오른 말은 삭혀버리고 무난한 인사를 건곤 한다.

누군가의 어린 마음에 상처주지 않기 위해.

나도 모르게 품평하지 않기위해,
생각없이 말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 연습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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