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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차곡 May 25. 2020

젊은 회사원의 푸념

개꿈의 연속


지하철의 고단한 누군가

요즘 마치 실제와 같은 개꿈들을 엄청 많이 다.
즐겨보던 드라마에서 나오던 배우들도 나오고, 뜬금없이 인터넷에서 오랜만에 본 가수도 나오고 그들은 실제로 부모자식뻘이지만 꿈 속에서 친구로 등장할 만큼 개연성이 없었다.

그 것 말고도 몇 개 정신없는 꿈을 더 꿨는데 떠올리고싶지 않거나 기억나지 않는다.
어디선가 본 감각과 형상들이 합쳐져 만든 기묘한 상황들이었다.

중간에 잠에서 깼다가 새벽에 다시 잠들었다.
왠지 기분이 좋지 않았던걸까. 회사 때문에 스트레스였던걸까. 아니면 혼자라서.

며칠 전 또래의 다른 직원과 둘이 밥을 먹었는데 그 사람도 나와 비슷한 스트레스와 자괴감을 겪고있었다. 아마도 다들 비슷한 모양이다. 당장 뭐가 바뀌는 게 없으니 순응하는 척 할 뿐, 속은 곪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와중에 나에게 이런저런 얘기를 털어놓는 상황에 대해서 그래도 내가 좀 믿을만한 사람인가 싶은 기대를 했다. 사실 그 사람은 그저 답답해서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하고 싶었을 뿐인데.

다만 한 가지 늘어가는건 인간군상에 대한 통찰인 듯 하다. 다들 자기 성질대로 하고싶으면서 사랑도 받고싶어서 아등바등 하는 어린이들같다. 유치원과 다를 바 없다. 그들을 탓하고싶진 않다. 분노를 바깥으로 돌리면 내가 괴로울까봐, 그리고 나 또한 나 자신을 모르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들보다 일찍 출근해서 업무 전 여백을 가진다. 오늘 아침에는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잠시 글을 썼다. 잠시라도 개인시간을 가지면 마음이 편안해서다.
입사한 지 수 년이 흘렀지만 종종 이런 생각이 다. 보수적인 이 곳은 처음부터 내가 아니어야 했다고,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억눌리며 자란 아주 순종적인 사람이 뽑혔어야 했다고. 취업을 해서 즐거웠던 그 때는 사실 즐거워해서는 안될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고.

남의 돈에는 이빨이 돋아있다고 누군가가 말했었다. 나는 이빨돋은 사나운 돈을 벌기 위해 자존심을 팔고 자의식을 내팽개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거라곤 내 마음이 이렇구나하고 들여다 보는 것,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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