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편이다. 타고난 기질이다. 덕분에 어린 시절 어른스럽다는 얘기도 곧잘 들었고 상상력이 풍부하기도 했지만 요즘엔 그다지 도움 되는지 잘 모르겠다.
과거의 기억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재생될 때가 많다. 평소에는 괜찮다가도 출근 전날 밤이라든지 컨디션이 안좋거나 스트레스가 많은 날에는 마치 재방송을 틀어놓은 듯 과거의 일이 계속 떠오른다. 실제 겪었던 것보다 더 징그럽고 불쾌하게 재생되곤 한다. 머릿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니만큼 객관적이진 않다.
탁 깨어나오면 그만인데 쉽진 않다. 일이 아주 바쁠땐 멈춰지긴 하지만 그 조차도 일시정지 같은 거라서 바쁜 일이 끝나고 한 시름 놓을때 쯤 다시 재생되곤 한다.
예전에 회사일로 남몰래 상담 받았을 때 상담선생님께서 ‘문제가 다 해결됐는데도 계속 떠오르는 건 (상대방 잘못이 아닌)내 기질 때문’이라고 했다. 내 기분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고 행복하기로 결정했으니 생각을 멈추어야 한다고.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생각이 나는 건 내 상처가 그 만큼 깊어서 이기도 하다’는 위로도 덧붙여주었다.
내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분노가 일고 화가 난다고 했던가.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그럴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분노가 가라앉을 것 같다. 하지만 누구나처럼 나는 이기적이기에 아직 그 만큼 성숙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