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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차곡 May 28. 2020

튼 살의 기억

어느 평일 저녁, 퇴근길


문득 어렸을 때의 밤이 떠오른다.
울면서 잠에서 깬 새벽이 많았다.

성장통 때문이었다.
마음의 상처가 아닌 말 그대로 성장통. 다리가 너무 아파서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난 통증이 꽤 심했다. 특정 부분이 아픈 게 아니라 다리를 전체적으로 조이는 듯한 느낌이었고 주무른다고 아픔이 가시지도 않았다.
제일 많이 컸을 때가 1년에 20cm 좀 안되게 자랐던 것 같다.
유난히 말랐는데 키만 계속 커서 무릎 안쪽에 튼 살이 생겼고 그 나이의 두 배가 넘는 시간을 살 동안 아직도 그 자국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 땐 마냥 이 시간이 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아픔이 가시기만을 바랬다.
여러 일을 겪으며 그 때의 고통은 완전히 잊고 살았었는데 어쩌다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을까.
자라느라 눈물도 흘려 본 나는 행복한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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