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있다’는 말을 처음 들어 본 건 첫 직장에서였다. 내가 무언가를 상사에게 갖다주었는데 그게 그녀의 마음에 딱 들었을 때였다. 남들도 비슷한 상황에서 이 표현을 쓰는 것 같았다. 결혼한 지 얼마안된 남자직원의 부인이 점심때 아이스크림 조각케잌을 퀵으로 보내왔다. 회사사람들에게 보답의 의미로. 그 때 한 직원이 아이스크림을 덥석 집으며 “OO씨 와이프 진짜 센스있다”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마침 그 직원은 식후에 달달한 게 당겼던 참이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론 칭찬이라 해도 그 표현이 달갑지 않다. 내가 말 안해도 알아서 내 기분 맞춰준 것을 칭찬하는 의미가 깔려있다. 물론 상대방에게 맞춰주는건 좋은거지만 베푸는 입장이 아니라 받는 입장에서 그 얘기를 하는 건 별로다. 알아서 나 좀 대접해줘, 내가 말하지 않아도 내 기분 좀 맞춰줘,라는 기대가 느껴져서다.
센스 있다는 건 뭘까. 동등한 친구들끼리 그 표현은 잘 쓰지 않는다. 나보다 높여야 할 사람에게 그 말을 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멋진 선물을 받았을 때 “엄마 진짜 센스있다.” “선생님 진짜 센스있네요.” 는 좀 어색하지 않은가.
차라리 고맙다는 말이 좋다. ‘고마워요.’ 이 보다 깔끔할 순 없다. ‘내 맘을 알아채다니 대단해’ 보다는 ‘나를 생각해줘서 고마워’, 라는 표현이 마음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