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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차곡 Jun 18. 2020

횡단보도 앞에서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문득 나 자신이 섬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여럿이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혼자가 되면 괜히 마음이 헛헛하다. 그러고보니 난 종종 이렇게 느끼곤 했었다. 아무런 다리 없이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홀로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

이 감정이 유용했을 때는 딱 두 경우 뿐이었다.
첫 번째는 어렸을 적 부터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때 특유의 초연함을 만들어 준 것. 그리고 두 번째는 외국에서 생활하는데 큰 정서적 어려움을 느끼지 못했던거였다. 오래지내지 않은데다 돈을 벌러 간 게 아니라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혼자 덩그러니 다른 행성에서 온 듯한 느낌이 그다지 낯설지 않았다. 동양인을 찾아보기 힘든데다 남들과 공통점이 별로 없었어도 그 이질감이 어색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감정은 어린시절 내 마음속에 여러번 큰 파도를 치게 했다.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혼자 느끼외로움이었기에 남이 달래줄 수도 없었다.

어른이 된 지금은 가끔 찾아오는 친구마냥 덤덤하다. 내 성향을 가진 이들이 종종 느끼는 감정이란걸 전문적으로 확인한 이후부터 얻은 안정감 덕분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구들이 늘 곁에 있지만 그들을 떠나 일상을 살아갈 때 나는 종종 섬이 된다.
누군가는 숲 속의 나무고, 누군가는 바람이고, 누군가는 떠가는 구름이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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