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차곡 Jun 22. 2020

싫은 소리의 무게

사소한 죄책감

퇴근길, 자전거를 타고 초록불을 기다리는 누군가


며칠 전, 타업체 사람과 메일을 주고받던중에 상대방이 내게 부적절하게 비아냥대는 말투를 섞은 적이 있다.

그가 나에게 전달해야 하는 중요한 서류가 발급 지연된다는 내용이었음에도 말이다.
그에 대한 나의 반응을 간추리자면 ‘사실만 말씀하셔도 충분히 알아들었을텐데 말에 가시가 있어서 듣기 거북했다. 전화나 이메일에서 이런 느낌을 받은게 처음이 아니다. 나보다 연세 많으신 분께 이런 얘기 조심스럽지만 말씀하실 때 조금 더 신경써주셨으면 좋겠다’ 는 표현을 했다. 이 사람이 빈정거리듯 말하는건 처음도, 나에게만 이런 것도 아니었다. 그는 비록 진심은 아니었을지언정 곧 사과를 했다.

딴에는 정당하게 화를 내고도 죄책감이 사라지지 않았다.
사실 그 말을 하는 순간에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렇다고 가만히 듣고만 있으면 나중에 더 후회할 것 같아서 내뱉은 말이었다. 하지만 오전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착한 사람이 되고싶었던걸까. 그래도 삼촌뻘 아저씨에겐 싫은 소리를 해선 안된다고 어른공경이라도 하고 싶었던걸까.
듣기싫은 이야기를 꺼내는건 언제나 긴장을 동반한다.

사람들과 섞이다 보면 이런저런 감정이 오간다.
그 가운데엔 물론 상쾌하지 못한 마음도 섞여있기 마련이다.
이렇게 자연스러운 일에 마음이 무거운 걸 보니 아마도 나는 좋은 말만 하고싶고,
웃는 얼굴만 보고싶은 욕심이 있었나보다.
마치 어린이 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처럼 말이다.

불편한 마음을 안고 조금씩 어른이 되어간다.






매거진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