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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차곡 Jun 26. 2020

타고난 재능은 공짜일까

지하철에서의 누군가

어렸을 땐 무언가를 타고나면 모든게 저절로 따라온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재능이란 것이 시식코너의 맛보기처럼 조금씩 주어지는 것에 가깝지않나 싶다. 어쩌면 샘플 판촉물 같기도 하고.
‘이런 맛을 낼 수 있는 걸 조금 줄게. 가져가서 섞어먹든 지져먹든 버리든 알아서 하렴’ 하듯이.

어렸을 때 한 음악가의 인터뷰를 읽다가 충격을 받은 기억이 있다.
‘재능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 때문이었다.
노력이 필요 없는 것이 곧 재능이라고 여겼던 나는 그 얘기가 너무 신선했다.
 
처음부터 100% 완벽하게 조각되어 진 재능이 있긴 할까. 어렸을 땐 그런게 재능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건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좀 더 마음이 간다.

고등학생 때 저명한 화백께서 학교에 오셔서 특강을 한 적이 있다.
연세도 있으시고 지성과 실력을 겸비한 그 분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렇게 얘기했다.
‘아이디어가 안나올땐 밤을 새서 생각을 하고, 화장실에도 앉아서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하늘에서 불쌍해서 아이디어를 하나 툭 던져줍니다!’

재능을 기반으로 담금질이 적립되어 실력이 되는 것 같다. 시작으로만 결정지어지는 건 없다. 그리고 그 것을 끌고가기까지 예상치못한 많은 것들과 마주하게 된다. 난 소질이 없어라는 공허한 자괴감, 타인과의 비교, 어쩌면 금전적인 상황, 가장 근본적으로 나 자신의 체력, 의지까지.
어쩌면 한 사람을 아주 오래 사귀는 것과 닮아있을지도 모르겠다. 호감만으로 시작했다가 오랜 세월 싸우고 분노하고 이해하면서 비로소 가까워지는.
싫은 순간을 견뎌내야 오롯이 내 것이 되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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