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장마철 자작도 해변은 어둡고 습했다

by 차구마

여름의 바다는 무덥고 바쁘다. 백사장의 모래알은 알알이 모였다가 흩어지며 사람이 지난 자리를 담는다. 파도는 멀리서 파랗다가 가까이 와서야 하얗게 부서진다. 쏴아- 파도의 소리에선 소금 냄새가 난다.


6월말 자작도의 바다도 다르지 않다.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자작도 해변은 유영폭이 길고 수심이 얕아 가족단위 피서객이 자주 찾는다. 다음 달이면 몰려들 인파를 맞이할 바다사람들의 하루는 길다. 해변가 마을에선 아침부터 가끔 쿵쿵거리는 파열음이 들리는데, 바닷가 공중화장실이나 샤워장을 고치거나 바다를 마주보는 세련된 새 건물을 올리는 생기 있는 소리다. 피서객들은 제법 거친 소리에도 아랑곳없이 해변을 걷고 뛰다가 돌아간다.

해변의 들머리에는 큼지막한 경고판이 서있다. 금연 해수욕장. 흡연 시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경고가 시뻘건 글씨로 적혀있다. 담배 한 개비의 대가는 5만원이다. 그 위엄 있는 경고문구 아래엔 비웃듯 담배꽁초가 널브러져 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새들이 어깨에 올라탄 논밭의 허수아비 같았다. 해변을 걷고 있으니 담배꽁초며 맥주 캔이며 폭죽 껍데기 따위가 발에 차였다.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해변에 잠시 머물며 기다렸으나 그것을 두고 떠난 자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들은 해변에서 종종거린다. 좁은 보폭으로 모래알을 자주 밟으며 작은 발자국을 남긴다. 부모는 한 걸음 뒤에서 천천히 따라간다. 아이는 해맑으나 어른의 표정은 어둡다. 조금 서둘러 피서를 온 한 주부는 해변의 쓰레기를 보며 불쾌감을 감추지 못 한다. 아이 발이 다칠까 양말에 신발까지 신겼다고 말했다. 말하면서도 아이 걸음에서 눈을 떼지 못 한다. 발가락 사이사이에 모래가 흐르다가 발바닥을 간질이며 빠져나가는 소소한 바다의 기쁨을 아이는 느낄 수 없었을 것이었다. 나는 종종거리던 아이의 작은 발바닥이 안타까웠다.


바닷가 공중샤워장을 수리하다가 잠시 땀을 식히던 한 주민은 20년간 그곳에 살았다. 그는 발밑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보며 체념한 듯 웃었다. 성수기 두 달 동안은 군청에서 사람들을 보내 해변을 싹 치우지만 그 시기 외에는 관리를 안 한다고 했다. 몇 가구 안 되는 늙은 마을 차원의 청소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하며 그는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곧 쿵쿵거리고 뚝딱거리는 소리가 났다. 생기 잃은 거친 소리가 해변 구석구석에 퍼졌다가 파도에 엉겨 붙어 사라져갔다. 관광객이 해변 한 쪽에 쳐놓은 텐트에서 담배연기가 피어올랐다. 나는 경고판의 위엄 있는 5만원을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작년 TV프로그램에 소개된 후 피서객이 많이 늘었다는 자작도 해변. 장마철 구름 낀 바다는 햇볕 없이도 푸르렀으나 사람이 머물다 간 해변은 유난히 어둑했다. 떠난 사람이 남기고 간 것들은 여전히 발에 차였다. 나는 해변을 조금 더 걷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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