컵라면과 벼룩시장

by 차구마

어느 오후의 연신내역 승강장. 한 남자가 있다.

한 남자는 있고 다른 이들은 조금씩 움직인다. 지하철이 가까워진다.


한 남자가 있다. 승강장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서, <벼룩시장>을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구인구직난'을 손가락으로 훑으면서, 육개장 사발면 컵라면을 먹는다. 사람들의 시선은 그에게 잠시 머물다가, 이내 방황한다.


(도대체 뭐야 저게. 저 교양 없는 모습이, 꾀죄죄한 몰골로 컵라면 냄새를 풍기며 앉아있는 모습이,

나는 왜 이렇게 슬픈 건데.)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분명 있는데, 사회 속 어디에도, 없다.

지하철이 오고, 나는 사라지고, 한 남자는 남아서, 있다.

그는 있고 난 사라진 후에야 슬픈 이유를 어렴풋이 알겠다.


이 슬픔은 있는 이를 없게 만드는 부재에서 오는 슬픔이다. 그러니까 컵라면과 벼룩시장은, 사회적 슬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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