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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살기 위해 따릉이를 타고 출퇴근해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니 옷깃을 여미고

by 글담연
바뀌어들 가니 나도 바꿀래


출퇴근이 좀더 쉬웠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었다. 나의 출퇴근은 뭔가를 갈아타고 좀 길다. 첫 시작은 집에서 마을버스를 탄다. 기차역에 도착하여 기차를 탄다. 수서역에 도착하면 전철로 갈아탄다. 그후 일터에 도착한다.


아침에 타던 마을버스는 작년까지 집앞 정류장 도착시간을 비교적 잘 맞췄다. 덕분에 기차역까지 빠듯하지만 맞춰 도착했다. 편안한 1년을 보냈다.


이번 해에는… 버스가 기점을 옮겨서 시간이 달라졌다. 대개 6시 20-25분 사이에 오던 마을버스가 6시 28-38분 그 사이에 온다. 일찍 오는 경우는 이제 없다. 그래서 마을버스와 기차의 조합은 탈 수가 없다.


버스가 시간을 옮겼듯 나도 어쩔 수 없이 다른 수단으로 갈아탔다. 잠실까지 가는 좌석버스. 좌석버스를 타려면 집에서 좀 걸어간다. 처음 몇 번은 좌석버스에 앉아가니 편안하다 느꼈지만 1시간 10분이면 도착할 길을 고속도로에서 막히고, 나들목에서 꽉 막히는 몇번의 경험을 하며 출근길 지각 긴장도가 계속 올라갔다. 오늘은 막히는 구간이 없으려나… 그걱 뿐이라면 계속 탈 수도 있겠지만 퇴근길 여정은 더 불편했다. 정시 퇴근해서 나오면 신도시에서 막힌다. 그러니까 우린 함께 퇴근하니까 집에 올 때쯤엔 다같이 막히는 거다.

잠실역에서 운 좋으면 곧바로 타지만 어쩔 때는 경부고속도로에서 교통체증이 있었는지 40-50분을 기다리기도 한다. 그 정체된 경험은 마음과 생각까지 꽉 막히게 만들었다.


살이 찌는 건 누구 탓인가

코로나 이후 찌운 살을 절대 빼지 못하고 지금까지 지포자기하고 있었다. 가깝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선언했다.

“난 이제 살은 못 뺀다. 밥을 안 먹고 사는 건 고통스럽다, 스트레스 많은 이 세상, 먹는 게 남는 건데 식단 조절하며 또 다른 스트레스를 쌓으며 살고 싶진 않다. 이제 난 살 빼는 건 불가능하다.”

그렇게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냥 이대로 살아야지 선언하고 나니 맘껏 맥주를 마시고 내 욕구대로 먹고 싶은 대로 먹게 놔뒀다. 내 생각엔 체중이 유지는 될 거라는 관성적인 믿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내 몸을 자유롭게 두었더니 믿을 수 없게 어느날부터 갑자기 맞지 않는 옷들이 늘어났다. 체중계는 건전지 수명이 끝나 전원이 나간지 오래였다.


어느날 우리 조카들이 이모 체중 한번 재보라고 했다. 몸무게가 가늠이 잘 안 되고 비만도를 모르는 아가들 앞이니 당당하게 올라섰다.


‘앗… 이 숫자 뭐지?’

놀라움이 앞섰다. 앞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찍었네. 찍었어. 최대.’

내가 놀라니 아이들은 그 숫자가 꽤나 높다는 걸 눈치챈 거 같다.

갑자기 훅 걱정이 되었다. 이렇게 10kg 불어난 것처럼 다음 번 10kg도 또 불어나겠구나. 이젠 옷을 전부 바꿔야할 뿐만 아니라 병도 짊어지겠구나.


나도 노력 안 한 건 아닌데

운동을 몇 번 해보았다. 작년에는 기차역부터 집까지 걸어서 6km 거리를 1시간 20분 정도 걸어서 몇개월 퇴근해보았다. 집에 도착해서 기진맥진하여 저녁으로 보상하듯 먹기는 했다. 그래도 많이 먹지는 않은 갓 같은데 안 빠져도 너무 안 빠졌다. 늘지는 않았다. 그냥 유지.


복싱도 한 달 간 해보았다. 복싱은 체력 강도가 상당했다. 체력 소모가 심해서 기대됐지만 불어난 내 몸이 복싱장 가는 일 자체를 두려워했는지 심리적으로 덜 가게 했다. 변명 하나 하자면 레슨으로 인해 가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보니 야근으로 못 가면 결석을 했다.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한 자전거

이젠 더 놔둘 수가 없다. 예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해볼까 싶었다. 어차피 기차역을 향해 가야하는 길이라면 버스 기다리다가 지치지 말고 자전거를 타고 운동하듯 가보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헬맷을 먼저 사고, 추석 전날 자전거를 샀다. 그렇게 자전거 출퇴근 실행은 자전거 출퇴근 생각이 피어오르자마자 지펴졌다.


지금 2주 동안 모든 날을 자출을 했던 건 아니지만 반 정도는 자출을 했다. 결과는 아직은 모르지만 스스로 노력하고 있다. 자전거가 걷기나 조깅보다는 좀더 무릎이나 다리에 무리가 덜 가는 거 아닐까. 집에 도착하면 식단 조절이 좀 가능하다. 탄수화물과 고단백을 먹지 않으면 힘들었던 저녁이 간단히 먹어도 견딜 수 있다. 정말 굶는 건 못한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면서 엄지쪽 근육이 아파온다. 아마 MTB 탈 때 손에 체중을 많이 실어서 그런 것 같다. 자전거 과학을 알아봐야겠다. 제대로 잡는 법. 이 가을 오래오래 타고, 뭔가 건강에서 성취를 이룬다면 좋겠다!


이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자전거 탈 때 점퍼를 하나 걸쳐야 한다. 선선하고 좋은 날 , 자전거를 이 때 아니면 언제 타겠냐며 때를 놓치지 않으려는 제약도 걸려있다. 겨울이 오면 타고 싶어도 못 타니까. 허벅지에 힘이 들어가는 언덕 코스가 있는 이 자출을 오늘도, 내일도 견디면서 달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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