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0월 18일 현재,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팔로우하는 사람은 1,510명이다. 물론 네이버 블로그 이웃은 그보다 많지만 플랫폼의 특성상 사람들이 좀 더 자주 들락거리는 게 인스타그램이니까 이 정도면 많은 숫자라고 생각한다. 더 많은 팔로워를 가진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숫자다. 1,510명을 한 줄로 세우고 일대일로 "왜 저를 팔로우하시나요?' 묻는다면 한참 걸리겠다는 엉뚱한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사랑과 관심이 필요한 사람이지만 또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왜?'라는 생각부터 드는 이상한 사람이 나이다. 매일 인스타그램에 들어갈 때마다 나를 팔로우한 사람들이 궁금해진다. 그런데 사실 이 숫자는 유동적이다. 보고 싶지 않은 콘텐츠가 계속 올라오면 갑자기 언팔하기도 하는 게 인스타 세상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팔로우하는 것을 직접 허락하는 비공개계정 시스템이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자유롭게 팔로우하기도 하고 언팔하기도 한다. 팔로우 숫자가 느는 건 누군가 나를 궁금해하는 것이거나 내가 올리는 게시물이 마음에 들어서일 테니 기분 좋은 일이지만 갑자기 언팔당하는 건 마음에 든다고 사놓고 갑자기 휴지통에 버리는 물건이 된 것처럼 당황스럽기도 하다. '한 번 팔로우하면 평생 언팔할 수 없습니다.'라는 문구가 뜬다면 좀 더 신중하게 팔로우할까? 팔로워, 팔로잉 부분을 한참 쳐다보다가 '절대로 언팔하지 않을 사이'란 존재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나를 팔로잉 중이다. 언팔 금지!
아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새롭고 신기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하나의 작은 점이었던 아이가 세상에 나와서 조금씩 크는 모습을 보며 그 아이가 세상을 관찰하고 알아가는 이야기를 나에게 들려줄 때 그걸 보고 듣는 재미와 행복이 매일 있다. 물론 나의 인내심과 분노게이지를 측정하게 되는 날도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를 아이 보듯이 그런 눈으로 보게 되었다. 나는 매일의 내가 궁금하다. 내 생각이지만 멋지고 재밌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한 말과 행동이지만 근사할 때도 있다. '시트콤녀'라는 별명도 있었던 엉뚱한 나란 사람이 하루를 보내는 걸 마치 제삼자처럼 관찰하는 일은 참 재밌다. "너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구나. 네 마음은 지금 그렇구나. 괜찮아. 그걸로 충분해."와 같은 아이에게 해주던 말을 나에게 해주게 된다.
나는 @chakanbyeol_j라는 계정으로 메인으로 쓰고 있는데 j를 붙인 이유는 내 이름과 아이 이름에 똑같이 '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소신육아'라는 테마로 인스타를 시작했다가 지금은 읽고 쓴 이야기들을 주로 올리고 있다. 하나 더 있는 @chakanbyeol이라는 계정은 작가가 되면 사용해야지 하고 아껴두었던 공간이다. 이곳에는 가끔씩 책에서 보았던 좋은 문장들을 수집해서 올려보고 있다. @chakanbyeol_j와 @chakanbyeol 계정은 서로 팔로잉 중이다. 맞다. 내가 나를 팔로우 중인 거다. 두 계정은 서로 언팔할 일이 없는 것이다. 인스타그램에서만 그런 것이 아니라 삶에서도 나는, 늘 좋아요를 눌러주며 나를 응원하는 나의 팔로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