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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한별 Oct 25. 2024

아하! 그리고 오!

감탄하는 마음 

아이들은 감탄하는 마음이 크니까요. 저는 어린이들의 세계가 정말 궁금해요.
함께 감탄하며 바라보는 세상. 그 감탄사를 그려내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에요.
-tVn 월간 커넥트 중에서, 이수지 작가- 



아이를 키우다 보면 아이가 세상을 만나는 순간순간을 들여다보는 일이 행복하다. 아이는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감탄하고 부모는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또 감탄하게 된다. 그 기쁨에 취하면 육아가 즐겁고 재밌어진다. 아이와 함께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마치 처음 보듯이 다시 볼 수 있다. 내가 나를 다시 키우는 기분이 들었던 것은 내가 아이와 함께 감탄하고 공감하는 순간들이 모여 어린 시절의 나의 결핍을 토닥여주고 안아주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출처: 핀터레스트

어른이 되면 '감탄하는 마음'이 줄어든다고들 하지만 어린이와 함께 지내면 '감탄하는 마음'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나이 60이 되니 세상이
더 재밌어졌어. 


서른세 살 즈음에 나보다 서른 살쯤 더 많은 러시아인 수석님과 함께 일하게 되었는데 이 분은 궁금한 게 너무도 많아서 회의 시간이 아닐 때도 내게 수많은 질문을 했다. 나중에 아이를 낳아서 키우다 보니 세상을 처음 만난 아이처럼 그분이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단순히 한국 생활에 대한 질문이 아니었다. 세상에 대한 호기심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서른세 살 즈음의 나는 번아웃이 와서 삶이 재미도 없고 일하기도 싫었는데 예순이 넘은 그분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늘 소풍 전날의 아이 같았다. 자율출근제를 활용해서 7시까지 출근하고 4시면 퇴근해서 지산까지 스키를 타러 가기도 하고 당일로 운전해서 부산을 다녀오기도 했다. 동네 산을 오르기도 하고 늘 서해 번쩍, 동해 번쩍이었다. 심지어는 내게 '나이 60이 되니 세상이 더 재밌어졌어'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때 내 눈에는 그저 신기한 사람이었다. 나중에는 정들어서 '나의 러시아 아빠'라고 불렀는데 서른 넘은 내게 생일 선물로 곰인형을 사주기도 하고 결혼식에도, 신혼집에도 오셨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을 때는 조리원에도 찾아오셨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나의 그 모든 것이 궁금했던 것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내가 아이를 궁금해하는 모습이 그때의 러시아인 수석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직 예순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인생이 더 재밌어졌다는 말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게 많고 하고 싶은 게 많은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더 삶이 재밌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러려면 아이처럼 감탄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아하! 그리고 오! 가 그것이다. 러시아인 수석님이 내게 자주 하던 그 감탄사가 어느새 내 입에서 나온다. 나도 아직 아하! 하고 오! 할 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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