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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Jan 10. 2024

설정 구멍

퇴고 없이 쓰는 글

스텔라는 유리의 오랜 친구 피아노를 치며 가까워졌지만 한 번의 웃음으로 멀어졌다 두 마음이 갑판 반대쪽으로 걸어갈수록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진다.

재이는 창고 안으로 숨어 있다 가끔은 욕조 안을 찍고 뒤통수를 찍고 화각을 좁히기 위해 걸어가다 안테나를 잘못 건드려 바다 위에서 길을 잃는다.

선장이 되는 가비는 해리의 약통을 바꿔치기한다 해리는 선장에서 선인장이 될 사람 앞으로 가만히 서 있기만 할 사람 서 있는 게 무서워 가비를 자꾸 꾸짖는다 너는 어떻게 된 게 삼십 년째 바다 위에 가만히 멈춰 서 있는 거야 아직 가비는 선장이 아닌 선인장이기 때문인데 그것도 모르고 가시 돋친 말을 내뱉는다.

하늘 위로 폭죽이 뛰어오를 준비를 하는데 플린은 이미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그가 보고 있는 것은 폭죽이 터진 후 이미 빨갛게 번진 밤하늘 그의 눈은 빨간색과 초록색을 구분하지 못해 모두 거무스름한 노란색으로 보인다 따라서 그가 조금 전 누른 것은 음소거 버튼.

벤지는 애가 타는 목소리로 애를 부른다 하늘에서 더 높은 하늘을 올려다보는 플린 두 다리를 앞뒤로 번갈아 저으며 갑판의 소리를 소거한다 당신이 지금처럼 들리지 않았다면 술냄새 지독한 입으로 말을 건네지 않았다면 나는 하늘이 아니라 갑판에 있었을 텐데.

지하에는 주방이 있고 오븐 앞에는 대니가 케이크를 기다리고 있다 전화벨이 시끄럽게 울리자 그는 통신 선을 가위로 잘라버린다 연기처럼 시꺼멓게 타들어가는 마음도 모르고.

이제 너를 더는 사랑하지 않아 미아의 마음속에는 항상 한 문장이 들어 있고 두꺼비집 속에는 은반지가 들어 있다 번쩍번쩍 사랑의 스파크를 내며 객실의 전등을 들었다 놨다 하는데.

포기는 모르고 오기만 가득한 레오는 반죽 속에 반지를 두고 왔는지 곱씹어본다 수십 번 곱씹어본들 반지는 지금 다른 남자와 불꽃 튀는 입맞춤을 하고 있어.

고양이가 추위에 떨면 내 가죽을 벗겨서라도 따뜻하게 감싸주세요 타미는 공장에서 죽은 아들을 잊지 못해 이름을 남기기로 했다 그러니 너는 죽으면 안 돼 가죽을 함부로 남겨서는 안 돼

나단은 몇 해 전 사고가 났을 때처럼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듯 말을 말로 지운다 내가 터뜨린 건 폭죽이에요 절대 구조용 신호탄이 아니에요 무슨 말이에요 나는 말을 몰라요 고양이는 더더욱 알지 못해요.


피아노 소리가 점점 커질 때, 이윽고 폭죽이 터졌을 때, 배에 커다란 구멍이 났을 때,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때, 모두가 숨을 죽였을 때, 둥글게 둘러앉아 각자의 과거를 짜 맞추어보았을 때, 커다란 구멍으로 빛이 뿜어져 나올 때, 우리가 언젠가 만났다고 생각했을 때, 커다란 구멍으로 빛이 뿜어져 나올 때, 둥글게 둘러앉아 각자의 과거를 짜 맞추어보았을 때, 모두가 숨을 죽였을 때,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을 때, 배에 커다란 구멍이 났을 때, 이윽고 폭죽이 터졌을 때, 피아노 소리가 점점 커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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