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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Jan 11. 2024

플레인, 슈가, 플레인

퇴고 없이 쓰는 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어떻게 헤어져야 할까 고민했어

초대한 적 없어 네가 멋대로 방문을 열고 들어왔잖아

잘못 본 건 나지만 그게 왜 내 잘못이야?

잘못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으니 사과도 하지 않을래

평범하든지 달콤하든지 둘 중 하나만 해

왜 두 가지를 다 가지려 해 사람 헷갈리게


떡하니 한구석을 차지해서는 비켜줄 마음이 조금도 없어 보여

너무 달콤한 나머지 도저히 다 먹을 엄두가 나지 않는데

하루에 하나씩 먹는다 해도 열두 밤을 두 번 버텨야 해

다 뜯어서 한데 쏟고 딸기와 함께 갈아버릴까 생각도 했어

근데 그건 너무 급진적이잖아

그렇게 한꺼번에 토하려 하지는 않을래

마음이 급할수록 같은 말을 반복하는 법


달콤한 건 왜 항상 빨리 녹는 건가요

예전에 썼던 시의 한 구절인데 지금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심지어 나는 이미 녹아 있는

네가 어서 증발하기만을 바라고 있지

설탕은 남고 껍데기는 가라


평범하대서 먹었을 뿐인데 우리 집에 그래서 들였을 뿐인데

몰랐던 달콤함을 못된 당분을 왜 들이미는 거야 사람 당황스럽게

혀끝을 당황하게 만들었으니 너의 책임이야

신선 식품은 반품도 교환도 안 된다니 가당치도 않군

나는 무당이 좋단 말이야 그냥 아무 칼 위에서나 춤을 추고 싶었단 말이야


이제 와서 어떡해 다 먹어치우는 수밖에

당이란 당은 남아나지 않을 때까지

하루에 하나씩 천천히 급진적이지 않게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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