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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Jan 17. 2024

섬은 반복한다

퇴고 없이 쓰는 글

섬의 비밀을 알려줄게

남자아이들이 부르는 뉴진스의 Ditto가 온천에 울려 퍼진다 그 노래를 따라 부르면 노래를 멈출 수가 없게 돼 휴게소에 멈춘 버스처럼 이곳을 떠나고 싶지 않게 돼


섬에서는 모든 것이 두 번씩 반복된다

팔과 다리가 네 개가 되면 눈사람도 두 배로 많이 만들 수 있겠지? 계곡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웃는 사람들이 늘어나

식당의 주인은 활짝 웃으며 사람이 없는 것을 기뻐했다 오늘처럼 한가한 날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우리는 열 개도 넘는 방을 한 개처럼 썼다 물소리가 들리는 설경을 배부르게 먹어치웠다 우리만을 위한 뷔페가 준비되어 있었다 벨을 누르면 요리사가 나타났고 기침을 하면 그릇을 치우러 주인이 달려왔다

식탁 위에 모든 요리가 네 그릇씩 준비되어 있었다 이곳에 묵으면 우리에게도 네 개의 팔이 생기는 건가요 그렇다면 우리도 눈으로 사람을 만들 여유가 생기겠죠

식사를 마치고 몸을 녹이기 위해 온탕으로 들어간다 그곳에는 남자아이들이 없었고 두 사람만이 있었다

하루에 두 번 물에 몸을 담그는 것은 특별한 일이다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있지? 그야 우리는 여행을 왔고 여행은 항상 특별해야 하니까

일상을 두 번 반복하면 특별해지는 거니? 일상과 일상을 더하면 이상이 된다는 뻔한 얘기는 말아줘 그건 피타입의 노랫말*에도 있는 걸

두 번이 싫으면 두 번을 두 번 해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잖아

재미없어 그냥 창문이나 열자 위는 차갑고 아래는 따뜻하게

목욕을 마치고 우리의 몸은 녹아서 4층에 올라갔을 때는 남은 팔과 다리 하나로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수학여행의 묘미는 한 명의 아이가 잠들고 나서 시작된다

가방을 뒤지고 속옷을 뒤지고 얼굴과 주머니를 뒤져

팔과 다리를 묶고 얼굴에 눈을 떨어뜨리자

우리의 밤은 아주 특별할 거야 특별한 날에는 특별한 일을 해야 하니까 안 하던 짓을 하자

하고 싶었는데 하지 않았던 일

아니면 하고 있는데 더 하고 싶은 일


* <광화문>, 피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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