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란 Jan 20. 2024

섬은 묻는다

퇴고 없이 쓰는 글

당신은 류 씨입니까?

아니오 저는 류 씨가 아닙니다

당신은 언제 전화를 걸었습니까?

수요일입니다

수요일은 휴무일입니다

다시 생각해 보니 목요일입니다

전화를 받은 것은 누구였습니까?

여성 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가 맞습니다

들어오시지요


작년에 이곳을 온 적이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것은 3월입니까?

틀림없습니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약속을 한 적이 있습니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내년에도 함께 이곳을 오기로 했습니까?

잔돈은 됐습니다


이것은 악몽을 붙잡는 도구입니다


그것은 장신구입니까?

맞습니다

상반신에 사용하는 것입니까?

맞습니다

유리로 만든 것입니까?

맞습니다

손가락에 끼우는 것입니까?

이제 그만 물어보시지요


가장 기억에 남는 식사는 무엇입니까?

이름은 잊었지만 채소를 찐 음식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풍경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맨얼굴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무엇입니까?

내일이 되면 말씀드리지요


류 씨는 이곳에 온 적이 없습니다


창밖에 눈이 오고 있습니까?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났습니까?

여름이 되면 거리에 쌓인 눈이 녹습니까?

나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까?

눈을 감았다 뜨면 내일이 옵니까?


이제 그만 들어가시지요

매거진의 이전글 섬은 기다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