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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찰란 Jan 23. 2024

이게 너의 길입니까?

퇴고 없이 쓰는 글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발을 더 뻗어주세요 무릎을 쭉 펴고 하늘에 닿을 때까지

고작 그것밖에 안 되는 건 아니겠죠?

거짓말하지 마세요 지금 너는 나를 보고 있잖아요 너의 다리를 잡아당기고 있는 나를

보고도 모른 척할 셈은 아니죠? 우리 사이에 그렇게 신뢰가 없으면 오래갈 수 없어요

그렇게 발꿈치를 땅바닥에 쾅하고 내려놓지 말아요 화가 나는 건 알겠는데 티는 내지 말자고요 그래봤자 우리는 내일도 모레도 봐야 하는 사이 해가 바뀌면 보름달이 뜨면 눈을 마주치고 인사를 해야 하는 사이

해치지 않아요

나를 믿어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네가 나를 믿는다는 걸 나는 알아요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엉덩이를 내보이겠어요? 어떻게 내 앞에서 누워서 다리를 쭉 뻗고 있겠어요? 아니 근데 정말 쭉 뻗은 게 맞아요? 나 원 참

그 짧은 다리로 어디까지 도망칠 수 있을 것 같아요?

코너까지 달려가 잠시 숨이라고 고르고 있어요 밥을 먹어도 좋고 마스크를 벗어도 좋아요

결국 돌아올 것을 나는 알아요 멀리 뛰어봤자 이것이 너의 길이니까 그림자가 길어봤자 너의 다리보다 길지 않으니까

걱정 마세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요 오늘 하루가 길게 느껴졌다면 나와 함께 하는 지금은 아주 짧게 느껴질 거예요 빨리 끝나면 좋잖아요

나는요 실망하기 싫어요 실망을 정말로 멀리 두고 사는 사람이에요

피부에 닿는 것도 싫어요 아직까지 실망보다는 너의 다리를 잡고 있는 게 나아요

그러니까 한 번 다리를 무릎을 쭉 뻗어봐요 잠깐 쉬다 와도 좋아요 하지만 이것은 너의 길이니까 다른 곳은 가지 않겠죠? 나는 네가 허망할 것을 알아요 그러면 나보다 네가 더 실망할 거야

나는 실망하는 사람이 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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