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찰란 Feb 01. 2024

감당할 수 있겠어요?

퇴고 없이 쓰는 글

저기요 그 마우스는 수박을 닮았어요

빨간색 몸에 초록색 머리를 달고 있다니 너무 웃기지 않아요? 그쪽을 보고 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세요

화려하다고 다 웃긴 건 아니거든요 그쪽도 화려하지는 않잖아요 솔직히

그렇게 자리에 두고 가도 괜찮겠어요? 그 수박 아니 마우스를요

내가 등만 돌리면 돼요 손만 뻗으면 닿는 거리예요 무섭지 않으세요? 아니면 처음부터 혼자 두려고 데리고 온 건가요?

마우스는 아니 수박은 말을 못 해요 몰랐어요? 혼자 남아도 입을 벌릴 수 없다고요

개가 되고 싶어도 개가 못 되는 게 수박이에요 목줄을 매고 싶어도 줄을 없애는 사람들이 널렸어요 목만 남으면 웃기지도 않잖아요 정말

나는요 웃긴 게 좋아요 어렸을 때 잘 안 웃어서 그런가 굴러가는 수박만 봐도 웃음이 나와요

그거 알았어요? 나는 어렸을 때 뒤집기보다 구르기를 먼저 배웠어요 이유는 나한테 묻지 말아요 목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냐고요? 웃기네요 그쪽도 정말

어쨌든 나는 수박을 가져가야겠어요 아니 데려가야겠어요 나도 좀 화려해지고 싶어요 나는 그쪽이랑 달라요 아니 다르고 싶어요

어서 돌아가세요 구르지 말고 걸어서 가세요 괜히 나를 따라 하지 말아요 나는 다 필요 없어요 그 수박만 있으면 돼요

매거진의 이전글 고라니의 울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