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병실동굴에서 칼잠을 자며...
병실동굴에서
칼잠을 자는 나는 누구인가.
나는 환자가 아니다.
그러나 병을 피해 있는 사람도 아니다.
나는 떠나지 않기로 선택한 사람이다.
밤마다 경보음과 숨소리 사이에서
몸을 접고 마음을 세운 존재다.
무엇을 위해
이 병실에 머무는가.
거창한 이유는 없다.
사랑이라 부르기엔 너무 닳았고,
의무라 하기엔 너무 따뜻하다.
그저
아내의 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나의 숨을 곁에 두고 있을 뿐이다.
병실은 동굴이 되었다.
수행자는 동굴을 선택하지 않는다.
다만
도망칠 수 없는 자리가
어느새 수행처가 될 뿐이다.
칼잠.
몸은 언제든 깨어 있어야 하고
마음은 쉬지 않아야 하는 잠.
이 잠은 회피가 아니라
각오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과연 내 삶은 솔직한가.
나는 말한다.
그렇다.
지금의 나는
가장 솔직한 자리에 서 있다.
잘 살고 있다는 허세도 없고
불행하다는 연극도 없다.
지금 여기,
견디고 있는 그대로가
나의 전부다.
삶이 나에게 묻는다.
“너는 무엇을 선택했는가?”
나는 대답한다.
“도망치지 않는 쪽을.”
이 병실동굴에서
칼잠을 자는 나는
위대한 수행자도,
비극의 주인공도 아니다.
다만
오늘을 끝까지 살아낸
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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