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어 정신병동 입원 권유를 받았다.
힘껏 슬픔을 토해내고 나니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가뿐해진 덕분에 무엇이든 시도해 볼 용기가 생겨났는데, 그것이 자살일 줄은 나 자신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언제나 막연하고 두려워 차마 용기 낼 수 없었던 일을 하기로 마음먹으니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
'맞아,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이토록 설레는 것이었지...'
제법 구체적으로 죽음을 생각하며 설렘을 느낀다는 것이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부터 스스로 머리를 후려치는 행동이 시작됐다. 어느 날은 몸이 부서지도록 울면서 벽장에 머리를 쿵! 쿵! 들이받기도 했다.
이런 행동도 자해행동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스로를 구타(?)하는 것이 처음이라 적잖이 당혹스럽다.
최근엔 바닥과 벽 모서리에 엄지손가락만 한 벌레들이 기어 다니는 것이 보인다. 잡으려고 하는 순간 사라지고 없다. 환시를 보고 나면 곧장 몸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느낌이 따라온다. (환시는 5년 전 처음 발현되었는데, 한동안 보이지 않다가 2주 전부터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아직 병원 입원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어떤 것이 심각하다는 건지 잘 모르겠다. 죽고 싶다는 생각은 다들 한 번쯤 하는 거 아닌가?
무엇보다 병원에 입원을 하려면 엄마한테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엄마가 많이 놀라고 속상해할까 봐 그게 제일 걱정이다.
어디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자식이고 싶었는데, 살다 보니 어디 내놓기 부끄러운 자식이 되었다.
해파리는 1000개의 신경 세포만 있을 뿐, 뇌가 없어서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여기저기 둥둥 떠다니는 삶을 산다고 한다.
그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엄마가 세상에 숨 쉬고 있는 동안은 나도 살아 있고 싶다. 의미 없이 떠다니는 해파리 같을지라도.